오피니언 사설

공교육 희망 보여준 ‘사교육 없는 학교’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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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교 1등 학생까지 학원을 끊게 한 서울 덕성여중·고의 ‘사교육 없는 학교’ 실험에서 공교육의 희망을 본다. 학교교육도 사교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어서 돋보인다. 김영숙 교장이 이끄는 덕성여중 전교생은 방과 후에 학원 대신 학교에 남아 수준별 수업을 받는다. 아이를 학교에만 맡겨도 될지 불안했던 학부모가 많았지만 아이의 성적이 오르는 걸 보면서 불안감은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김 교장은 평교사로 있던 덕성여고에서도 7년간 방과 후 수업을 주도했다. 교사들을 설득해 오후 10시까지 학생 수준별 맞춤형 보충수업을 했다. 그 결과 기피 대상이었던 학교가 학생이 몰리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교사가 모든 교육을 책임지자는 그의 열정과 헌신이 학교를 바꾼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공교육을 살리는 건 결국 교사에게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사교육 극복의 관건은 사교육 못지않은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려는 교사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교사 스스로 전문성과 실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강남교육청 방과 후 거점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수업 준비를 위해 방학까지 반납해 가며 공부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교사 개인의 열정과 노력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교사가 교육에 헌신할 수 있는 풍토가 함께 조성돼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려는 교사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서울시가 올해 200개 학교 교사에게 15억원을 지원해 학생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 향상법을 연구하는 기회를 마련한 게 좋은 예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510개의 교사 공부모임을 선정해 11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교사의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체제도 갖출 필요가 있다. 보충수업 수당 현실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교사의 책임감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물론 방과 후 수업이 학교교육의 본질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교사의 자질 향상을 통해 정규수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게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