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습적 불법 시위단체에 국민 혈세 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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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행정안전부가 그제 불법집회나 시위를 주도, 폭력을 행사한 민간단체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불법집회·시위에 참여한 단체를 파악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연한 조치다. 빌미만 잡으면 거리로 뛰쳐나와 폭력까지 휘두르는 상습적 시위단체가 한둘이 아니다. 이들로 인한 법질서 교란 등 사회적 폐해가 크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때도 일부 단체의 불법·폭력성이 거듭 확인됐다. 이들은 엄중하게 다스릴 대상이지, 국민 혈세를 주며 보호 육성할 대상은 아니다.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다. 2001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정으로 그 근거도 마련했다. ‘건전한 시민단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공익을 증진하고 민주사회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비정부기구(NGO)로서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보조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회원의 회비나 출연금만으로 단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었다. 지원법에 따라 지난 10년간 총 621억원의 보조금 예산이 집행됐다. 그러나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 상당수가 정치권력과 유착해 정파성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노골적인 친여 성향을 보인 시민단체 간부들이 정부나 관변 기구에 속속 진출하지 않았는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해서 정부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거나, 비판의 예봉을 꺾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 “관변 단체를 키우고 비판적 단체는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지적한 것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해묵은 ‘코드 지원’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객관적이고 엄정한 지원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초점은 단체활동의 불법·폭력성 여부다. 법 테두리를 벗어나 주장을 관철시키려 드는 것은 NGO의 존립 기반인 도덕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점을 시민단체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