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선생님, 어느 학교 나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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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연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아이들일 것이다.그런데 요즘 자연이 오염되어 가듯 아이들도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으로 오염되는 것 같아 참 슬프다.학교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깨끗한 마음을 배울 수 있어 나는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날 한 아이가“선생님,어느 대학 무슨 학과 나왔어요?”하고 물었다.

“으응,선생님은 시골에서 살았고,거기에서 학교를 다녀서 너는 잘 모르는 학교인데 왜?”“에이,S대학 안 나오셨죠?그럼 선생님 실력은 별로겠네요. 엄마가 그러는데 S대학은 실력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저도 커서 꼭 S대학에 가야한다고 해요.” 세상에!이제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말을 해야 할까?“그래,선생님은 실력이 별로 없을지 모른다.그렇지만 너희들이 배워야 하는 것들은 모두 가르칠 수 있어.그리고 너희들을 무척 사랑하고 있단다.” 그렇지만 나는 어린 아이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지 못했다.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든 그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다.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세상은 변할 수 있는데 어른들은 어리석게도 아이들에게 잘못된 세상의 모습을 만들어 주고 있다.

며칠후 그 아이의 어머니로 부터 전화가 왔다.“선생님,왜 학교를 솔직하게 얘기했어요.대충 말하시지.” 학원은 학교보다 오히려 자율적으로 아이들과 지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그들과 함께 떡꼬치 먹고 공기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아이들은 무의식중에 어른들의 생각을 많이 흉내내고 있다.그럴 때마다 어머니들과 상담한다는 것은 무척 겁이 난다.

이향자〈경기안양시동안구비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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