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출국세 징수 동참해 관광산업진흥 앞당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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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해외여행객에게 부과하는 관광진흥기금(일부에서는 출국세라 지칭)에 대해 여론이 분분하다.우선 용어부터 분명히 정리하자면 이 기금은 해외여행 수익자가 부담하는 부과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의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의 관광산업은 침몰위기에 놓여 있다.지난해는 해마다 늘던 외래관광객도 줄어들었다.반면 여행자유화 이후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객은 급격히 늘어나 여행수지 적자가 천정부지의 상승세에 있다.외래관광객이 줄어드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는 볼 거리.살 거리.놀 거리 등 3거리가 없고 안내소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화장실.식당 등이 불결하고 교통도 막힌다는 등의 여러 이유를 들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 투입이 필요하지만 다른 쓰임새가 많아 아직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또 해외여행을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 세금부담을 주어서도 안될 것이다.따라서 해외로 나가는 우리 여행객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마련해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제반 관광시설을 확충하고 국민관광을 위해 쓴다면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외국여행자에 대한 교육,정보제공,안내체계 개선,휴양.여가시설의 확충에 쓸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정책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해외여행자의 1인당 해외여행경비는 평균 4박5일로 치면 1백30만원으로 여기에 비춰 볼 때 1만원은 그리 크지 않은 액수로 판단된다.우리나라 해외출국자를 연간 5백만명으로 잡고 그 반수가 관광목적이라면 약 2백50억원의 관광진흥기금이 마련돼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72년부터 조성된 관광진흥기금은 현재 고작 1천9백89억원으로 1급호텔 객실 6백실 건설비에 불과한 실정이다.관광진흥기금과 관련해 외국의 예를 들어 보면 영국.호주.미국.스웨덴 등 여러 나라가 공항이용료를 받는 외에 해외여행자 전원에게 비행기표에 포함해 출국세 형식의 부과금을 징수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나라는 호텔에 묵을 경우 숙박세까지 부과해 관광진흥및 지방재정에 활용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투자를 해야 한다.관광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외국에서도 실시하기 때문에 덩달아 우리도 시행하자는 것이 아니다.너무나 열악한 관광환경을 개선하고 관광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해외여행자들이 이 정도의 부담은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관광자원을 활용해 우리경제를 살찌우고 우수한 우리문화를 외국에 알리기 위해 관광산업은 더욱 육성돼야 한다.이를 위해 정부.국민 모두가 적극 협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경문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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