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배낭여행가 유재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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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당신은 해외여행을 떠날 때 무엇을 먼저 챙기는가.여권·항공티켓등 기본적인 것말고-.음,고추장·컵라면·손톱깎이·상비약….제각각 필수품은 다르게 마련이다.

올해로 배낭여행 5년차인 유재우(26·사진)씨. 그의 여행꾸러미에는 세가지 물건이 빠지지 않는다. 라면수프와 때밀이 수건, 그리고 숟가락이다.

그중 가장 쓸모있는 것은 라면수프다.한달에 20개 정도면 충분하다.그것도 서울시내 음식점을 돌며 구한 것이다.여행중 비위에 안맞는 음식에 섞어 먹거나,때때로 닭볶음을 만들 때 ‘종합양념’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여행경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는 이에 견줄게 없다.

그가 지금까지 돌아다닌 나라는 모두 26개국이다. 일본에 네번,유럽에 두번 다녀왔다.95년 9월부터는 7개월반 동안 중국 텐진(天津)부터 실크로드를 거쳐 포르투갈 서쪽끝 로카곶까지 3백20만원에 돌파하는 ‘짠돌이’의 저력도 발휘했다. 그리고 알뜰여행의 노하우를 모아 ‘배낭여행 길라잡이-일본’과 ‘유럽 100배 즐기기’(중앙M&B 발간)도 냈다.최근 나온 유럽편은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행은 마약과 같아요.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죠.” 20대 중반을 넘은 것 같지 않게 미소년의 뽀얀 얼굴을 간직한 그의 첫마디는 이렇다. 방바닥이나 도서관에만 붙어 있다가 돈만 모이면 외국으로 펄쩍 뛴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은 ‘개구리’다.개구리로 치자면 키 1백70㎝에 몸무게 54㎏의 체구가 황소개구리를 뛰어넘어도 한참 넘지만 ‘여행꾼’으로는 좀 왜소하다.그러나 여행철학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철저히 자신이 번 돈으로 여행경비를 댄다. “그래야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그의 밑천은 컴퓨터 강의, 만화영화 밑그림 그리기와 책 인세다. 여행중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여계부’(旅計簿)를 쓴다. 그래야 다음에 실수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오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기억을 간직한다. 음식도 가급적 현지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 직접 토속음식을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은 사실 음식에서 시작하는 것이니까. 글=박정호·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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