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중립 의심받자 당황 - 청와대, 공정성 시비 차단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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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참모진은 6일 민주계의 이수성(李壽成)고문 지원 배경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중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오자 당황하고 있다.전날 신한국당 경선에서“누구편도 들지 않겠다”는 金대통령의 뜻을 전했던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은“대통령의 생각과는 관계없다.중립 의지를 믿어달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했다.

윤여준(尹汝雋)대변인은“초반부터'김심(金心)'개입시비가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찜찜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金대통령이 중립입장을'구체적으로 처음 말한'(金실장 표현)당일 밤 민주계 핵심들이 지원 후보를 정하는'결행'을 했기 때문이다.따라서“金대통령이 2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인정한다.

'이수성이냐,이인제(李仁濟)냐'는 문제는 민주계 내부의 미묘하고 어려운 선택이다.그런데 민주계가 '과감하게'이수성 고문을 밀기로 한 배경엔“金대통령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 인식이다.

이를 확실히 반박할 정보가 청와대 참모들에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서청원(徐淸源)의원이 지난 4일 극비리에 金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민주계의 행동이 이 면담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중앙일보-MBC토론때 모 수석이“이수성(李壽成)고문이 각하에 대한 얘기를 잘했다”고 전하자,金대통령은“비디오 테이프를 가져와보라”고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당국자는“金대통령의 중립은 단지 지켜보겠다는 것이 아니다.경선 후유증을 막기 위해 교통정리에 나선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한다.

金대통령이 경선에서 중시하는 부분은 12월 본선에 나쁜 영향을 줘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한다.“경선 후유증을 미리 줄인다는 차원에서 민주계 입장을 정리해 줄수도 있다”고 이 당국자는 분석했다.

그는“전당대회까지 긴박감이 계속돼야 모든 후보가 이탈하지 않고 김심을 의식.의존하게 된다”면서 “그런 점에서 金대통령은 이회창(李會昌)고문의 일방적 우위 분위기가 잡히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김심 시비가 확산되는 것을 일단 차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심의 위력이 모호함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김심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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