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정치개혁 더이상 미루지 말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하도 어지러워 잊고 있지만 지금 정치권에 던져진 큰 숙제가 있다.정치개혁이다.매번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들어가는 고비용 정치구조를 끝내자는 참으로 중요한 이슈다.

경제가 뿌리째 휘청거리고 전.현직 대통령들을 줄줄이 감옥에 보내거나 최악의 곤경에 빠뜨려온 망국적 관행을 뜯어 고치자는 것이다.그런데 이의 입법화를 위한 국회특위 구성문제가 첫 매듭조차 풀리지 않고 있다.이를 논의할 3당 3역회의가 아무 소득없이 합의시한(5일)을 넘긴 것이다.

지난 2일 첫 회의내용을 보면 전망은 여전히 아득하기만 하다.

“여야 동수(同數)특위 구성”을 주장하는 야당과“특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게 당론이다.얘기할 것도 없다”는 신한국당 입장이 정면충돌한 싸움터였다.

“다수결 원칙을 존중하는게 민주주의다.소수인 야당이 어찌 다수를 이기려 하는가”“다수결 운운은 시간을 끌기 위한 표면적 이유”등의 고성(高聲)이 1시간 동안 되풀이 됐다.“동수특위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나 고비마다 있어온 30년 국회 관례다”라는 항변도 묵살됐다.모처럼 머리만 맞댔지 아무 소득도 없었고,이후에는 아예 접촉도 없었다.

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공교롭게 당 경선 와중에 임시국회가 열리게 돼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받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대통령후보로 뽑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에 선출될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과 같이 대선자금.정치자금의 굴레에 갇히는'대통령의 불행'을 막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국익을 위해서도 이는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할 과제다.

이를 위해 선거법.정치자금법이 고쳐져야 하고 그러러면 8월말까지는 여야가 합의한 개혁입법이 완성돼야 한다.그 이후에는 시행령이니,규정이니를 준비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또다시 낡은 선거구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여당경선 이전에는 어떤 협상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돈다.그러나'저비용 정치구조 정착'를 향한'개혁열차'가 결코 신한국당 후보선출을 위해 멈춰설 수는 없다.

여당은 하루빨리 정치개혁 협상에 나서야 한다.다수당은'표결의 다수'뿐 아니라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더 큰 책임과 무게를 느껴야 하지 않을까.

<이정민 정치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