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지지후보 선택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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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침엔 이수성(李壽成)이었다가 밤엔 이인제(李仁濟)로 바뀐다.이런 고민이 매일 반복된다.” 민주계 한 현역의원의 갈등어린 고백이다.이 말은 민주계의 최근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정발협의 활동중단으로 각자가 선택해야하는 요즘 민주계는 지지주자 선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모이는 자리마다 설전(舌戰)이 벌어지지만 똑 부러지는 결론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시간은 없고 결정은 어려우니 자연히 쳐다 보는게 청와대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중을 알기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김심(金心)'은 오리무중이다.일부 측근들이 한두명의 주자에 대해 호의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만 그게 김심인지는 확인 불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민주계 핵심인사 상당수가 청와대에 면담요청을 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의 한 측근은 “설사 면담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누구를 밀라고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분명한 방향의 제시가 없으니 논란과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최형우(崔炯佑)고문의 온산계가 이수성→이인제→이수성.이인제로 갈팡질팡하고,'이수성 대안론'을 가장 먼저 입에 올린 金모 의원이 최근에는“이인제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이는 갈지(之)자 행보가 나타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머리만 싸매고 엉거주춤한 상태로만 있을 수 없다는데 민주계 대부분의 인식이 일치한다.지지주자 선택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서석재(徐錫宰).서청원(徐淸源)의원도 여기에는 생각을 같이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발협의 울타리를 걷어내긴 했지만 지지주자 결정이 쉽지 않은 복잡한 속사정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개별적으로 지지후보를 정하는 위원장들이 늘어나면 뒤늦은 결정의 파괴력은 보잘 것 없는게 될 수도 있다.

고비는 합동연설회가 될것 같다.합동연설회 초반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보다 우열이 분명해지면 선택이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5일의 경기지역 합동연설회 이후 이어질 민주계위원장들의 논의결과가 주목된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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