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재건축 임대 서울선 상한가 수도권선 찬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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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서는 재건축 임대. 새 아파트이고 2년마다 이사할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계속 살 수 있다. 전셋값도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싸다. 재건축 단지가 대부분 도심에 들어서 교통 등 입지여건도 좋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서울에 나온 재건축 임대의 청약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말 서울 성동구 서울숲 아이파크 재건축 임대는 34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3183명이 신청해 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도권에선 소비자 반응이 시큰둥하다. 최근 수원시 권선동 주공2차 재건축 단지(103가구 모집)는 3순위까지 91가구나 미달됐다. 210가구를 모집한 수원시 천천동 천천주공 재건축 단지도 순위 내에서 70% 넘게 미달됐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의왕시 내손동 래미안(내손주택 재건축)은 2순위에서 겨우 모집가구(54가구)를 채웠다.

재건축 임대가 수도권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서울에 비해 주택 공급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전세 수요가 적은 것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서울 주택보급률이 93.2%인 데 비해 경기도는 이보다 다소 높은 95.6%다. 수원의 경우 지난해 입주한 아파트가 8000여 가구로 예년의 4배 정도다.

서울·수도권 간 공급업체에 따라 임대료가 차이 난다. 법적으로 재건축 임대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0% 이하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주택공사가 공급을 맡고 있는 수도권에선 주변 시세의 90% 정도다.

이에 비해 서울지역 재건축 임대를 공급하는 SH공사는 이보다 더 낮춰 주변 시세의 80% 이하에서 전셋값을 책정한다.

게다가 서울과 달리 수도권 재건축 임대는 보증금과 함께 월세를 내야 한다. 권선동 주공2차 재건축 단지 80㎡의 월 임대료는 32만6720원이다. 보증금을 더 내면 월세를 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월세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는다.

수원 S공인 박모 사장은 “전세 물량이 풍부한 수도권에서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전세 수요자들이 월세 부담이 있는 재건축 임대를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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