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는 국제적인 합작품이다. 장기간 국제적인 저금리가 동시 진행되면서 부동산 버블이 커졌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수습하기 위해 초저금리를 1년 이상 유지했다. 그래서 지금의 금융위기는 빈 라덴의 시한폭탄이 뒤늦게 터진 것이라고도 한다. 넘치는 돈은 미국인들의 소비수요를 키웠다. 이를 지탱해 준 것이 마침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이었다. 중국의 수출품이 미국의 소비를 충족시켰던 것이다. 미국의 엄청난 무역적자는 중국의 무역흑자로 잡혔다.
이쯤 되면 보통은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또 중국이 거들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에 운용한 것이다.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흘러들었던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유입됐다. 그 결과 달러화 가치는 그럭저럭 유지됐다. 인플레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들 이렇게 잘먹고 잘살 줄 알았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야 할 거시경제 조정이 제때 일어나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과음하기 직전 누군가 술병을 치웠어야 하는데 이걸 못한 것이다. 서로가 한바탕 잘 우려먹었다고나 할까. 그 뒤처리를 이제 모든 나라가 나눠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리바이’를 주장할 수 있을까. 우리의 잘못이 없다고 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경제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2008년 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5.6%를 기록했다. 지금의 불황은 간단히 스치고 지나갈 감기몸살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치 1년이 3년, 아니 5년으로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남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