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일본인도 신뢰할 깨끗한 정치풍토 마련하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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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한국이나 북한에 관한 뉴스를 보거나 읽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다.밝은 이야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한국의 경우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구속돼 있고 한총련 학생들은 시민을 때려 숨지게 했다.

반면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김일성탄생 85주년 축하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북한 이재민 수용소에는 땅을 파고 절망적인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특파원과 어학연수 기간을 포함해 약 4년반을 한국에서 살아온 일본인으로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특히 연말 대통령선거 이외에는 다른 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지금이 그런 권력투쟁으로 귀중한 국력과 세월을 소모할 때인가? 10년전 한국사회에는 새 시대로 향하는 강한 기운이 있었다.정치는 불안하고 불투명했지만 적어도 모든 국민이 정열을 갖고 있었다.시민들 각자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성실히 일했으며 민주화와 경제성장에 대한 열의로 가득했다.

지난 10년동안 한국의 국제적인 지위는 높아졌고 일본 국민들의 한국을 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종군위안부.사할린잔류 한국인 문제를 비롯,과거 일본의 잘못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자세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특히 한국을 매력있는 나라,가보고 싶은 이웃나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거사는 과거사로 직시하면서도 보통 이웃나라,이웃사람끼리의 관계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가능한 시대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그런 시기에 또 다시 사회의 나쁜 면들이 들춰져 보도되면 일본인들이 한국을 싫어하거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본도 개혁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정치 및 경제구조,국민의 사회의식등.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나라들과 상호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지금이야말로 21세기를 함께 준비해야 할 시기다.그런 의미에서 한국인 여러분께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하나는 한반도 통일의 경우 일본과 그 국민이 어떤 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지 등 양국 국민들의 상호이해를 촉진시키는 노력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또 하나는 외국인에게도 알기 쉬운 정치,깨끗한 대통령 선거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후꾸시마 나오후미(福島尙文.日교도통신 외신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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