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SBS'토요 미스테리' 귀신이야기 허술한 짜임새 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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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스티븐 킹이'공포소설의 황제'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치밀한 구성때문이다.그가 펼쳐놓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 상황의 현실성과 맞물려 인간의 내밀한 공포심을 자극하고 상상의 세계로 밀어뜨린다.

최근 삼복더위를 앞두고 TV에는 공포물 붐이 일고 있다.드라마.코미디.다큐멘터리 등 장르 구별도 없다.하지만 우리나라 공포물은 대부분 귀신이 모든 일을 처리해 버리는 단순일변도여서 아쉬움이 크다.

지난달 14일 첫선을 보인 SBS '토요 미스테리'가 그 대표적인 사례. 이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밝은문화모임,서울YWCA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5일 이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 눈끌기와 공포심 조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시청자에게 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의 방영을 취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단순한 공포심 조장이 아니라 말초적 공포심 자극에만 매달릴수 밖에 없는 엉성한 구성과 떨어지는 완성도에 있다.

21일 방영된'뮤직비디오의 비밀'에서는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귀신을 거론했다.여기서는 이 귀신이 60년대 한강변에서 사촌오빠에 의해 죽은 여고생일 것이라는 내용을 당시 신문파일과 목격자의 증언을 근거로 주장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화면조작 시비가 있었던 만큼 시청자들은 뮤직비디오를 만든 쪽 얘기가 궁금했을텐데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한마디로 귀신이라고 전제하고 접근한 방식이었다.

또 28일 방영된'학교괴담'은 충분한 사전취재도 없이 PC통신등에 나타난 공포담을 기초로 구성한 엉성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그래 놓고 순간순간 등장하는 귀신들의 눈에서는 붉은 광선만 계속 번쩍이게 했다.

매회'특정인의 개인적인 체험으로 과학적 입증이 불가능한 사례'라는 자막만 넣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주말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밤10시대에 무섭기보다 두서없이 짜증나는 얘기로 일관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썰렁한'일도 없다. 그'썰렁함'이 더위를 잊게해주지 않느냐고 우긴다면 더이상 할말은 없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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