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후보자 소환 안 하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본부는 2일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를 소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제출한 사실 확인서를 통해 사건을 지휘했던 경찰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내용과 과정 등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진압작전을 벌였던 경찰 간부들의 휴대전화와 무전교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 후보자가 직접적으로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 조사를 받은 경찰 간부들의 진술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수사본부장인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 조사는 대부분 끝났고, 수사팀에서 법률적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외국사례를 수집 중이며 미국 웨이코 사태 판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코 사태는 1993년 2월 2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텍사스주 웨이코 인근 농장에서 농성 중인 종말론파 집단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76명(어린이 21명 포함)이 숨진 사건이다. 당시 미국에서도 과잉 진압 논란이 벌어졌고 희생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진압대원들이 농성자들의 탈출을 방해하거나 화재가 급속히 번지도록 만들지 않았더라면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웨이코 사태가 이번 사건과 차이가 있지만 진압의 적정성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시너를 부은 뒤 화염병 투척’이라는 화재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동영상을 수사 결과 발표 때 공개할 방침이다.

◆철대위장, 전철연서 투쟁교육=검찰은 이모(36·구속) 용산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초부터 철대위 회원들과 함께 전국철거민연합의 의식화 투쟁 교육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2월 전철연에 가입한 뒤 매달 전철연의 정기집회와 타 지역 농성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투쟁 방법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4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용산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