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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반환, 그때와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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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니언 잭은 내려 오고 오성홍기(五星紅旗)는 올라간다.'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는 잦아들고 '의용군 행진곡'은 울려 퍼진다.브리타니아호는 구슬픈 기적을 남기고 만(灣)을 빠져 나가고 인민해방군 탱크는 굉음(轟音)을 울리며 번화가로 입성한다.1997년 6월 마지막날의 홍콩 밤하늘을 수놓는 저 불꽃은 가는 이를 전송함인가,오는 이를 환영함인가. 홍콩반환은 역사적 신기원을 이룩하는 사건임에 틀림 없다.그러나 인류역사는 이와 비슷한 회귀(回歸)를 여러차례 기록하고 있다.특히 15세기말 이슬람제국의 유럽 철수,구체적으로 스페인 철수는 홍콩반환과 그 모양이 흡사하다.

북아프리카를 휩쓴 이슬람제국 정복의 발길은 8세기초 이베리아반도 전역을 석권했다.그 때부터 이들은 프랑크족의 유럽세와 반도지배권을 놓고 각축하면서 이곳에 이슬람문명을 쌓아 나갔다.유럽에 침입한 아라비아인을 무어인(Moors)이라 하는데 정작 무어지방은 지금의 모로코 지방이라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약 7백년간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이슬람왕조의 최후의 도읍은 그라나다였고,기독교세력에 항복한 최후의 거점은 알함브라궁이었다.카스티야와 아라곤왕국을 통합한 기독교군은 1491년 12월말 알함브라궁에서 이슬람 최후의 왕 무하마드 11세로부터 왕국을 인수했다.반환식은 장엄했고 또 슬펐다.

신에 대한 감사기도와 성가대의 합창이 울려퍼지는 속에서 왕궁 열쇠를 페르디난드왕에게 넘겨준 무하마드는 자신의 기마대와 함께 궁을 떠났다.주변 언덕에 오른 그는 비옥한 남 스페인벌판에 최후의 일별(一瞥)을 던졌다.그리고“알라 악바르”(알라는 거룩하시도다)를 외치고는 눈물을 흘렸다.세계사에서 보면 이슬람의 동세서점(東勢西漸)이 끝나는 날이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을 끝내는 홍콩반환식에서 최후의 영국총독 패튼은 눈물을 흘렸지만 찰스 왕세자의 고별사는 의미심장했다.

“홍콩은 동서(東西)가 어떻게 함께 살고 일할 수 있는지를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스페인은 그후 기독교국가가 됐지만 홍콩은 사회주의국가가 될까.찰스는 분명히 홍콩의 연속성을 축하하기 위해 세계에서 귀빈이 모여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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