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후의 홍콩 우리경제 영향과 대응전략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홍콩이 중국에 귀속돼도 화난(華南)경제권의 중심은 홍콩이다.” 홍콩 반환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와 기업.금융권의 시각은 이렇게 요약된다.실제 지난해 이후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대(對)홍콩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추세다.홍콩 반환 이후 한.홍콩 경협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며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불리한 것보다는 유리한 점이 더 많다.”“홍콩 반환을 계기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더욱 강화하겠다.” 초읽기에 들어간 홍콩 반환을 지켜보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느긋한 표정이다.주요 그룹들이 수년 전부터 홍콩의 중국 귀속 이후의 비즈니스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워 검토해 내린 결론도“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반환 이후의 홍콩을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홍콩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일부 기업은 지난해 이후 홍콩 주재원들을 늘리는등 현지 조직을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가 95년부터 1백억달러 이상의 대홍콩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중국의 무역불균형 시정 압력이 예상되는등 우려되는 상황도 있다.

◇한국 기업들의 시각=한국무역협회가 최근 홍콩에 진출해 있는 2백개의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80.9%) 홍콩경제의 장래에 대해'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우리의 홍콩 수출에 대해서는 75%가,중국에 대해서는 91%가 별 영향이 없거나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홍콩의 중국 귀속으로 달라지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서는▶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진출기회 확대(23.9%)▶중국경제의 홍콩화에 따른 시장경제시스템 발전(19.1%)▶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기능 유지.발전(17.6%)등 낙관적인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의 전략 역시▶중국 내수시장 진출전략을 강화(46.9%)하거나▶홍콩내 중국기업과의 협력을 강화(18.3%)할 것이며▶화교자본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12.6%)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홍콩에 위치한 사무소나 현지법인을 중국 본토로 이전하거나 홍콩경제의 불안정때문에 환리스크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기업은 각각 7.4%,10.3%에 지나지 않았다.

◇기업들의 움직임=대부분 홍콩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삼성그룹은 홍콩의 금융및 정보통신 기능과 중국 본토의 제조업을 연결하는 복합비즈니스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중화권(中華圈)에서 추진하는 각종 투자사업과 복합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홍콩을 통해 각종 지원업무를 수행하는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김계호(金季浩)이사는“사회간접자본 특수도 예상돼 현재 10명인 삼성물산 홍콩 현지법인의 인력을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은 교통.물류.금융.정보의 중심지인 홍콩과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를 3대 거점체제로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륙에 생산.판매.무역거점을 확보해 나감으로써 해안과 내륙지역에 대한 투자를 균형있게 해 나간다는 전략이다.특히 홍콩을 중심으로 중국 양쯔(揚子)강이남의 화난(華南)경제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중국내 투자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국 지역본사 설립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특정 프로젝트에 사업비를 조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현대종합상사 홍콩법인의 금융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쌍용그룹은 중국 본토의 생산및 무역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이후 홍콩 현지법인 직원중 일부를 광저우(廣州).우한(武漢)사무소로 전진배치했다.

◇우려되는 상황=단기적으로 홍콩달러화의 불안이나 홍콩의 대한(對韓)무역역조 시정압력등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무역역조문제만 하더라도 우리가 홍콩으로 수출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중국의 산업용 원부자재라는 점과 세계에서 중국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등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이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실의 이준용(李準用)부장은“단기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여건이 초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부정부패와 '관계(關係)'를 중시하는 비즈니스 관행이 홍콩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비즈니스의 투명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이승녕 기자

<사진설명>

D-1,중국으로의 귀속을 단 하루앞둔 홍콩의 비즈니스 중심 지역인 센추럴(中環)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번잡한 모습이다.주요 한국 기업및 금융기관의 지사.지점들도 이곳에 몰려있다. 홍콩=조용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