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신공격 난무하는 競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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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한국당의 경선 분위기가 날로 험해지고 있다.대표직 사퇴 문제를 놓고 후보간에 근 두달간을 치고 받더니 그 문제가 일단락되자 이제는 공개적 인신공격까지 나오고 있다.상대진영을 복고세력이니 수구(守舊)연합이니 하는 말로 매도하는 것은 보통이요,허수아비니 가짜니 하는 막말까지 거리낌 없이 나오고 있다.아직 공개적인 차원에서는 일부 주자에 국한된 일이기는 하나 타후보진영도 이런 유(類)의 인신공격.매터도.음해를 은근히 부추기지 않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이러한 인신공격에 앞장선 후보가 이 나라 최고지성의 상징이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슬프고 실망스럽다.권력이 무엇이고 정치가 어떤 것이길래 존경과 덕망을 받던 인물이 이런 식의 행동까지 해야 하는가.신한국당에 기라성(綺羅星)같은 인물들이 후보군으로 떠올랐을 때 이들의 화려한 과거 경력으로 보아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되리란 기대가 있었다.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이들의 행태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실망뿐이다.

민주정치를 과정(過程)의 정치라고 한다.어떤 결정이나 결과보다도 그 결정까지 가는데 민주적 규칙과 규범에 충실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민주적 선거는 한마디로 페어 플레이다.스츠맨이 경기규칙을 충실히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기듯이 정치인 역시 이러한 정신 아래 승부를 벌이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그러나 지금 신한국당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룰도,규범도 없는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정글의 싸움같다.

신한국당은 이제 후보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경선운동에 들어갔다.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만일 지금과 같은 식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된다면 누가 후보가 되든 민심은 떠날 것이다.남은 20여일의 기간만이라도 당이 정한 선거규칙과 페어 플레이를 통해 우리 정당정치를 한 단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그것은 후보들이 정치에 참여한 최소한의 책무라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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