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도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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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서머타임은 해가 빨리 뜨는 여름철에 낮 시간을 많이 활용하기 위해 표준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의 운영기구인 녹색성장기획단이 지난달 29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국내외 서머타임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06년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기획단 고위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과 건전한 국민생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선진국이 대부분 채택한 만큼 우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단의 요청을 받은 국토해양부도 서머타임을 도입할 경우 국제선 항공 일정을 원활히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 일정 조정은 통상 6개월 정도 걸린다”며 “기간을 단축해 서머타임을 올해 도입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기획단으로부터 구두 협의 요청이 있었다”며 “에너지 절감 효과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머타임을 도입하면 에너지 절약과 내수 진작, 교통사고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서머타임 도입 때 가정 조명용 전력사용이 연간 8.1% 감소해 국가 전력소비가 0.3% 줄어든다. 레저·관광·유통업 활성화로 연간 2조원대의 생산·소비 유발효과도 생길 전망이다. 교통사고율이 0.3~0.5%포인트 낮아지고, 야간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미국 워싱턴의 경우 범죄 건수가 10% 이상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1948~60년과 서울올림픽 당시인 87~88년 두 차례 서머타임을 시행했다. 현재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한국·일본·아이슬란드 3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실시 중이다. 전문가들은 북위 30도 이상과 남위 30도 이하 국가의 경우 서머타임 실시에 적합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녹색성장위는 정부의 핵심 정책인 저이산화탄소·녹색성장을 총괄하는 기구로 이달 중 공식 출범한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형국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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