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입국 심사대 '돈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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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검찰청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여권을 위조하거나 변조한 사범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114명을 적발해 이 중 45명을 구속 기소하고, 6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이모(41.구속)씨는 지난해 11~12월 인천공항 입국심사대에 근무하면서 여섯차례에 걸쳐 위조 여권을 가진 중국동포 16명의 사증을 확인하지 않고 입국시킨 혐의다.

이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전 직원 최모(46)씨로부터 "불법 입국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700만원을 받고 자신이 입국 심사대에서 근무하는 시간과 날짜를 미리 알려준 뒤 불법 입국을 묵인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이 미리 알려준 대로 겉부분을 파란 비닐로 싼 여권을 소지한 중국동포들을 알아낸 뒤 통과시켜 주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솔책 강모(26)씨가 흔들리는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 위조 사증을 부착하는 바람에 육안으로도 불법 여권임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이씨는 이를 눈감아주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위장 결혼이나 호적 정정을 통해 불법 입국을 주선한 사례들도 적발됐다. 밀입국 브로커 문모(50.구속)씨 등은 방글라데시인 2명을 입국시키기 위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것처럼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모(53.구속)씨 등은 중국동포 4명에게서 1인당 600만~1000만원을 받고 위장결혼시킨 뒤 국내로 들어오게 했다.

호적 정정 브로커 이모(45.지명수배)씨 등은 일본 비자 발급 부적격자 11명에게서 1인당 800만~1200만원을 받고 호적 정정 신청을 대신 해주고, 비자를 발급받아 준 혐의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 소속 경찰관 2명은 위조여권을 소지한 정모(29.여.구속)씨 등 2명을 승무원들이 입출국할 때 이용하는 상주직원 통로로 안내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단속 과정에서는 전문 여권 브로커 500여명의 인적사항과 범행 수법, 공범관계 등을 수록해 일선 지청에서 언제든지 검색이나 조회가 가능한 영상정보시스템을 운용했다고 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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