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SKY大 출신 7인 대기업 ‘멀티합격’ 비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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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01면

지난해 8월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림건설 자금팀에서 근무 중인 여정인(28)씨. 그는 주변에서 ‘취업 고수’로 통한다. 20여 개의 대기업에 합격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정보기술(IT) 계열 회사부터 건설ㆍ화장품까지 그를 필요로 하는 기업의 업종은 다양했다. 서류전형에 통과해 면접까지 간 곳이 워낙 많아 3만~5만원 정도인 면접 교통비도 적지 않았다.

여씨 외에 조진호(28·한국외국어대 영어통역번역학과)·허정석(28·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김성도(28·동국대 행정학과)·유인녕(27·가톨릭대 경영학과)·장혜란(가명·여·단국대 정보통계학과)·강혜리(23·여·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씨도 모두 여러 곳의 대기업에 합격했다.

5개 대기업에 합격한 조씨는 대림산업에, 3개 대기업에 합격한 허씨는 LG서브원에 둥지를 틀었다. 유씨는 모두 4개 대기업에 최종 합격했다. 한화그룹 계열 동일석유㈜로 진로를 정했다. 김씨는 4개 회사의 최종 면접에 올라 현대 하이스코 등 두 곳에 합격했다. 장씨와 강씨는 여성 취업률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나란히 2개 회사에 합격했다. 장씨와 강씨는 각각 농협과 신세계푸드에 입사했다.

SKY대 출신들이 9급 공무원 모집에 몰리는 상황에서 이들이 여러 곳의 기업에 합격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도전적이고 다양한 취업 실전훈련’을 꼽았다.

여씨는 대학생 해외탐방 공모전인 ‘글로벌 프런티어’에 입상한 것을 비롯해 20개 정도의 공모전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국회ㆍ우리은행ㆍ스포츠서울 등의 인턴 경력도 있다. 200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땐 스태프로 활동했다. 자산관리사ㆍ선물거래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는 “이런 일을 오랫동안 되풀이하다 보니 자연스레 취업에 필요한 준비가 갖춰지더라”며 “눈앞의 일에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웃소싱 지도사’(구매 대행 전문가) 자격증을 딴 것 외에 10여 개 기업에서 인턴 및 판매원으로 일해 본 허정석씨. 그 또한 “학교 바깥에서의 활동이 취업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며 “다양한 외부활동을 통해 나의 강점과 적합한 직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펙(영어성적·학점 등 취업에 필요한 요소)’도 취업에 중요하지만 너무 얽매이지 말 것을 권했다. 김성도씨는 “스펙이 전부는 아니다”며 “정확히 얘기하면 스펙은 커트라인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7명의 토익 성적은 700~900점 수준, 학점은 평균 B~B+ 정도다.

이들은 대체로 출신 대학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진호씨는 “서류전형까지는 영향을 미쳐도 그 이후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여씨는 “(학벌이 좋으면) 자기소개서를 대충 써도 다 붙여 주더라”며 “전혀 학벌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도 있지만 어떤 회사는 일정 수준 이하의 대학은 아예 원서를 보지 않는다고 채용설명회 때 당당히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많은 인사담당자는 학벌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두산그룹 인사담당자는 “우리 그룹은 출신 대학·학점은 보지 않는다”며 “영어는 토익 700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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