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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담배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귀야귀야 담바귀야/동래울산 담바귀야/너의국도 좋다더니/조선국을 왜유왔나/나의국도 좋다마는/너의국을 유람왔네.' 근세에 들어서야 수입된 담배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았는지,담바귀타령 같은 민요가 널리 퍼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요뿐 아니라'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얘기는 민담의 한 정형이 됐다.설화도 여러가지 생겨났다.남자를 몹시 좋아한 기생이 죽어서도 온 세상 남자의 입술을 맛보고 싶어 그 넋이 담배로 화했다는 짓궂은 설화가 있는가 하면,어느 임금이 신하들과 담론하다가 신하들의 담뱃불에 곤룡포자락을 태우고부터 윗사람 앞에서 담배를 삼가는 풍속이 생겼다는 믿기 힘든 설화도 있다.

짧은 시간에 담배가 크게 유행한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할 때까지 흡연은 아메리카 일부 원주민만의 풍속이었다.그러나 그후 1세기동안 유럽에서 담배의 수요가 얼마나 늘어났는지,1600년께를 전후해서는 쿠바.브라질.버지니아 등 신대륙 여러 식민지에서 유럽에 공급하기 위한 담배의 대량경작이 시작됐다.

인디언들은 흡연에 의학적 효용이 있다고 생각했고,탐험가들이 담배를 유럽에 소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우리 설화 중에도 담배잎이 원래 콧병에 좋은데,겨울에는 담배잎을 구할 수 없으므로 말려뒀다가 태워 연기를 쏘이는 방법을 쓰게 됐다고 흡연의 유래를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흡연으로 회충을 죽일 수 있다고 믿는 할머니들이 아직도 있다.그러나 현대의학은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면만 확인해 왔다.중독성이 갖는 정신의학상의 문제에 발암물질의 위험성이 겹쳐져 금연운동은 하나의 중요한 사회운동이 됐다.

워싱턴에서 담배협회는 총포협회와 함께 가장 저돌적인 로비단체로 오랫동안 꼽혀 왔다.날로 거세지는 금연운동에 그 막강한 로비력으로 대항해 오면서 미국 담배산업은 악덕상혼의 상징이 됐다.이번에 주요 담배회사들이 37개 주정부와 수십개 사회단체의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배상금을 약속한 것은 오랜'금연전쟁'에 백기를 든 셈이라고들 평한다.외국 사회단체들까지 미국 담배산업에 선전포고를 띄우고 있는 이제,이'중독산업'을 국가가 운영해 온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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