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事前지정제 도입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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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외전화 사전(事前)지정제 어떻게 돼갑니까.” 요즘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시외전화사업 담당자들은 이런 질문을 수없이 받지만 마땅히 할 말이 없다.

시외전화 사전지정제란 이용자가 사전에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또는 제3시외전화업체중 어떤 회사의 서비스만 이용하겠다고 등록한 뒤 별도의 식별번호를 추가로 누르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 한국통신이 독점하던 시외전화시장에 데이콤이 지난해 1월 뛰어들면서 당시 정보통신부는 97년 8월부터 시외전화 사전지정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현재 시장점유율 8%에 불과한 데이콤으로서는 사전지정제가 승부수인 셈.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에 비춰 빨라야 11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이유는 사업 당사자인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 때문. 이미 정부와 한국통신.데이콤 3자는 지난달 실무전담반을 구성,시외전화 사전지정제 실시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우선은 실시방법이 문제.한국통신은 제2사업자인 데이콤이 영업을 통해 가입자를 개별적으로 유치하는 방식을 주장하지만 데이콤은“비용부담이 크고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에 반대한다.

대신 데이콤은 우편투표제를 주장한다.우편투표제란 전화가입자에게 회신우편을 보내면 가입자는 서비스회사를 기입해 보내는 방식.미국과 호주에서 시외전화 경쟁체제를 열때 사용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겉으로는 반대입장을 보이면서도 수용할 자세는 보이고 있다.그러나 여기서도 문제는 남아 있다.응답하지 않은 가입자에 대한 처리방안이다.

한국통신은 응답하지 않은 가입자는 모두 1사업자인 자사 몫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데이콤은 우편투표제의 응답비율대로 가입자를 나누자고 주장한다.

사전지정제가 불가능한 반(半)전자교환기(M10CN)설치지역 가입자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도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한국통신은 모두 자사 가입자로 간주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데이콤은 역시 일정 비율로 나눠야한다고 맞서고 있다.여기에 최근 제3사업자로 선정된 온세통신에 대한 형평성문제도'복병'으로 등장했다.

99년께 시외전화 서비스를 시작할 온세통신은 지금처럼 1,2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전지정제를 실시하면 3사업자의 경우 시장진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며 세 회사를 대상으로 한 사전지정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서울여대 이봉호(李鳳浩)교수는“식별번호를 누르는 불공정을 없애고 똑같은 조건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사전지정제가 필요하며 이는 곧 요금인하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가입자들에게도 득(得)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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