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삼성 사장단 관심은 … 환율·유동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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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8일 오전 8시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주재로 열린 삼성 사장단협의회 회의에는 36명의 삼성 계열사 사장이 참석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초청돼 ‘세계 경제 전망과 한국 경제’에 대해 특강을 했다. 회의는 1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현 원장이 “세계 경기회복 전망은 V자형·L자형·U자형 등 상반된 견해가 있지만 공식 기관은 대체로 2010년이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마치자 삼성 사장단의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은 유동성과 환율로 모아졌다.

“현재 각국 정부가 돈을 마구 찍어내는데 과연 인플레이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인가. 아니면 일단 찍고 보자는 것인가.”(한 정보기술(IT) 부문 사장)

“솔직히 말하면 일단 찍고 보자는 수준이다. 환자(경제) 상태가 위중하기 때문에 어떤 처방(정책)이라도 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현 원장)

“환율이 궁금하다. 어떻게 될 것인가”(또 다른 사장)

“원-달러 실질 환율이 저평가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정상으로 되는지 말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다”(현 원장)

삼성 사장단이 유동성과 환율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올해 경영 계획조차 짜지 못한 절박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등 대부분의 대기업은 올해 연간 계획 대신 3~6개월 단위의 경영 계획을 짜 시나리오 경영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 예상치 못한 원화 가치 급락으로 주요 기업들은 수천억원씩 외화 관련 손실을 보았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인이기도 한 과잉 유동성 문제는 그래서 관심이 많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위기가 ‘IT 버블(거품)’ 붕괴에 대응한 정책의 후유증으로 분석하고 있다. ‘IT 버블 붕괴→경기 침체 본격화→경기 부양 위한 금리 인하→저금리 지속→유동성 확대→자산시장 버블 형성→자산 버블 붕괴’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유동성 확대)이 자칫 IT 버블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유동성 확대는 ‘양날의 칼’ 같은 것”이라며 “유동성이 자금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면 좋지만 특정 자산으로 과도하게 쏠려 버블이 형성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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