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외국인 고용허가제 得보다 失 더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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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력은 노동부로부터 노동허가를,사업주는 노동부로부터 고용허가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며 근로계약을 고용주.근로자간 체결해 일하게 한다는 것이다.그 이후 외국인 근로자는 소위'취업증명서'를 휴대토록 의무화해 미소지자는 불법취업자로 간주,출국조치등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참 좋은 제도며 이러한 요술방망이가 있으면 얼른 두드려야 한다는데 반대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같다.

우리는 비용도 들이지 않고 전체의 효용을 키울 수 있다는 이 요술방망이의 정체에 대해 좀더 연구해 보아야 한다.

첫째,불법취업자 문제는 유감스럽게도 고용허가제냐 또는 산업연수생이냐의 제도적 차이로부터 빚어지는 것은 아니다.13만명에 이르는 전체 불법취업자중 산업연수생 이탈자는 2만명미만으로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85%는 방문등으로 들어와 체류하고 있다.불법취업이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불법취업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외부기회(outside opportunity)'가 존재하기 때문이다.고용허가제를 실시해 연수사증 대신 취업사증을 들고나가게 한다고 해서 불법취업이 줄어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불법체류의 문제는 관련 정책의 집행의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며 현재도 출입국관리법에는 그에 관한 엄격한 규정이 있는 것이다.

둘째,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을 보다 편리하게,적기에,싼 임금으로 활용케 할 수 있다는데,절차의 추가와'허가'를 기본틀로 해 그 자체가 비용수반을 의미하는 고용허가제가 비용의 감소는 물론 추가잉여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셋째,산업연수생의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도입,연월차수당등을 추가로 줌으로써 외국인력을 근로자답게 대우하고 노동3권은 배제토록 해 장차의 노사불안 소지는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이다.궁금한 점은 과연 수당을 더 주면 근로자의 인권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는지,노동3권등의 배제로 인해 불보듯 뻔한 장차의 국제적 공식 비난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부시책의 도입 또는 변경시엔 구체적 내용을 제시한후 그것을 놓고 이해관련 당사자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용허가제를 주장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도입하기보다 먼저 우리나라 전체의 외국인력 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 것인가의 원론적 논의부터 진행해야 한다.

우리도 이제 국민소득이 어느 수준을 넘었으니 어때야 한다는 허구적인 제시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사회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자칫 부서이기주의로 오해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데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학로 통산부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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