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자가 망루에 뿌린 액체의 정체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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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려진 액체는 뭘까=수사팀은 구속된 농성자들을 상대로 이 액체의 성분을 파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진술을 하는 농성자는 없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자 가운데 수사에 협조적인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농성자가 경찰의 망루 4층 진입을 막기 위해 시너를 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경찰특공대의 2차 진입 직전이라는 게 이러한 판단의 근거다. 불이 난 시점이 2차 진입 뒤이기 때문에 농성자가 그 전에 물을 뿌릴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특공대 대원들이 “1차 진입 때와 달리 2차 진입 때 망루 안에서 시너 냄새가 많이 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농성자가 시너를 뿌렸다 해도 화염병으로 불을 낸 것이 고의였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너를 뿌려놓고 위협만 하려 했으나 실수로 화염병을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재 원인 분석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발화 지점이나 직접적인 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수사팀에 전달했다.


검찰은 진압 작전 때 경찰특공대가 타고 있던 컨테이너가 망루와 부닥친 것이 화재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충돌 시점과 발화 시점이 크게 차이 난다”고 말했다. 또 크레인에 매달린 컨테이너에 타고 있던 특공대 대원들이 망루 지붕의 일부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망루에 충격을 가한 것도 화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불이 난 뒤였으며, 망루 지붕을 통해 진화를 시도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경찰의 설명에 수긍이 간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농성 진압에 참여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경찰의 무선 교신 내용에는 ‘용역경비원들 시설장비 갖고 우리(경찰)를 따라 장애물 해제 진행 중’(20일 오전 6시29분)이라는 부분이 들어 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용역업체 직원들이 진압 작전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6시29분 교신은 앞으로 용역직원을 시켜서라도 신속히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내용이지 실제 그랬다는 보고는 아니라고 경찰이 해명했으며, 현재 이 설명을 뒤집을 만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여러 동영상에 용역업체 직원이 진압 현장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대책위 8일째 집회=사망자 측 대책위원회 언론팀의 류주형씨는 27일 “전철연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는 부당하다”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 파악과 함께 재개발 대책 마련 등 요구 사항을 정부가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촛불집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이날 저녁엔 용산 남일당 빌딩 앞에서 8일째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사망자 측 대책위원회와 시민들은 설 연휴인 24~26일에도 같은 곳에서 100~250명씩 모여 집회를 했다.

대책위는 3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범국민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5명의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대병원에서는 유족과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 100여 명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유가족 측은 “경찰이 시신 인도 절차를 고의로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재·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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