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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불고기집 이미지 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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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도쿄의 고급 주택가인 미나토(港)구 아자부주반(麻布十番). 이곳에 자리 잡은 한식당 소선재는 서울 삼청동 소선재(대표 김인숙·사진)의 일본 지점이지만 운영은 도아(東亞)트레이딩이라는 현지 업체가 맡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김치관을 운영하는 이 업체는 ‘진짜 한국 가정요리를 일본에 소개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 식당의 문을 열었다. 맵고 양념 맛이 진한 김치와 불고기(야키니쿠)로만 한식을 알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한국 음식의 다양하고도 새로운 맛을 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식당의 홍보를 맡고 있는 오피스K2M의 세키 사호코(<95A2>早保子) 매니저는 “소란스럽고 고기 굽는 냄새가 옷에 배는 불고기집이 그간의 한식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 우아한 분위기에서 건강에 좋은 고급 음식으로 수준을 격상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일본의 고급 손님들을 타깃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몇몇 고가구를 빼고는 인테리어도 굳이 한국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세키는 “전통적인 한식당의 이미지와 한국다움을 강조하기보다는 아름답고 세련된 분위기로 고객들이 편안하게 한국의 맛을 즐기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집 주방장은 일식 요리사다. 섬세한 칼질과 정교함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일본인 주방장은 한국음식을 일본 전통 가이세키 요리 형태의 코스 요리로 포장해 손님상에 올린다. 일본인들이 들고 먹기 편한 작은 도자기 그릇에 밥을 담고, 젓가락도 일본식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일식에 없는 숟가락만 한국의 놋쇠 제품을 가져다 쓴다. 하지만 내용물은 철저히 한식을 고집한다. 김 대표가 전수하는 조리법대로 한국인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든다. 10년간 숙성한 된장, 액상 발효 조미료는 서울에서 직접 공수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보쌈이다. 간장 양념에 잰 마늘잎, 백김치에 싸 먹는다. 현지 입맛에 맞춰 한식 중에서도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간장 계열의 양념과 음식 위주다. 전채와 물김치·죽·구절판·보쌈·고로케·전·고기요리·나물과 밥·국을 제공하는 저녁 코스요리의 가격이 4500엔(약 7만원)~8500엔(13만3000원)이다.

가게의 전략은 적중했다. 고객의 90% 이상이 일본인이다. 코스요리가 기본이지만 한잔 하려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저녁 9시가 넘으면 일품요리도 낸다. 입소문이 퍼지더니 개점 1년도 안 돼 여배우 후지와라 노리카(藤原紀香)와 소프트뱅크 손 마사요시(孫正義) 대표 등 유명인사들도 즐겨 찾는 맛집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매년 음식 평론가들이 연초에 내는 식당 안내서 ‘도쿄 최고의 레스토랑’이 선정한 ‘올해의 주목할 만한 가게’ 19개의 하나로 뽑혔다. 평론가 모리와키 게이코(森脇慶子)는 “자녀의 건강을 기원하며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맛이 소선재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세키는 “한식을 일본에 보급한 김치는 전·찌개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더욱 많은 한식 팬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김치 이외에 다양한 한국 음식들을 해외에 소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피플·위크앤 에디터, 방콕·홍콩=최형규 특파원,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뉴욕=남정호 특파원, 유지상·권혁주·이도은 ·전수진·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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