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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에 막말하는 예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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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단 몇시간밖에 안 되는 훈련이었지만 조교들은 그 훈련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제대한 지 몇년이 지나 지시에도 잘 따라주지 않는 예비군들에게 잔소리 한번 없이 열심히 지도하는 후배 군인들의 모습에 나는 가슴이 뿌듯했다.

그런데 일부 예비군의 경우 조교들이 자신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통제에 불응하는 것은 물론 막말을 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하고 있어 보기에 딱하다.

물론 나이나 군번으로 본다면 예비군 훈련장에서 조교로 일하는 군인들은 자신들보다 까마득히 아래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교들의 지시가 짜증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비군들은 현역 신분이 아닌 예비군 신분으로 훈련받으러 왔고, 현역에 있는 조교들은 예비군을 훈련시켜야 하는 의무를 수행할 뿐이다. 예비군이 고생스럽다면 조교들 역시 고생스럽지 않겠는가. 그런 조교들에게 막말과 욕설을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예비군들은 조교들에게 후배로서의 도리를 묻기에 앞서 자신들이 선배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할 것이다.

노지호.충남 아산시 둔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