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의 주연 폴 포트 최후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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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75년,캄보디아의 친미(親美)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과격한 사회주의를 실시하며 2백만명 이상의 국민을 학살했던'킬링필드'의 주모자 폴 포트 전총리가 자신의 부하들에 의해 곧 최후를 맞게될 전망이다.

폴 포트는 현재 캄보디아 북부 안롱벤 동쪽 20㎞ 떨어진 프레아비히아 사원 부근에서 친위대 2백50명을 이끌고 그를 배신한 이탈세력 1천여 병력에 포위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와 관련,캄보디아 정부군측은 폴 포트가 수일내로 자살하거나 모든 병력이 정부군에 투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폴 포트는 지난 70년 베이징(北京)에서 캄보디아 국내 좌파세력과 손을 잡고 지하정부를 수립,내전을 시작해 75년4월 군사정권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그뒤 3년8개월여동안 사유재산제도를 금지하고 농업위주의 극단적 공산주의 정책을 추진한 폴 포트는 도시민을 농촌으로 강제 추방하면서 지식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2백만명이 넘는 사람을 처형하거나 가혹한 강제노동으로 죽게 했다.

지난 79년 베트남의 개입으로 정권을 빼앗기고 반군신세로 전락한 폴 포트파는 지난 93년 유엔의 캄보디아잠정통치기구(UNTAC) 감독 아래 실시된 총선에 불참하고 새로 수립된 입헌군주제 정부와 내전을 계속했다.그러던 폴 포트파는 지난해 8월 품 마라이지구 제450사단과 파이린지구 제415사단 4천여 병력을 이끄는 이엥 사리 전민주캄보디아(폴 포트정권)외무장관이 정부군과 교섭을 시도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태국과 목재.보석 거래가 왕성한 지역을 근거지로 하면서 상당한 상거래 이익을 누려왔는데 이를 주류파가 비판하자 이탈한 것이다.

이런 갈등끝에 폴 포트는 지난 10일 자신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손 센 전부총리를 가족과 함께 처형했으며 키우 삼판등 자파 간부 상당수를 체포하는등 대대적인 숙청을 기도했다.폴 포트 주류파 내부에서조차 심각한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그러자 이탈세력들이 기회를 포착,주류파를 공격함으로써 폴 포트를 최후의 순간으로 몰아넣고 있다.이와 관련,국제사면위원회는 14일 성명을 발표,“대규모 인권침해를 저지른 크메르 루주 지도자들을 체포해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사진설명>

폴 포트의 79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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