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지구당 개편대회 회식용 봉투뿐 거액살포는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한국당 지구당개편대회를 치르면서 일부 경선주자가 거액의 봉투를 돌려 혼탁하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구체적 실상이 어떤지 전국 지구당 현장을 대상으로 확인취재를 시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과거처럼 위원장 상대의 은밀한 거액자금 살포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각종 모임.행사후 일부 주자가 당원 회식비조로 1백만~2백만원의 격려금 봉투를 공개적으로 일부지역에서 전달한 양상이다.

그러나 25일 대의원 명부가 공개되면 대의원 각개 격파를 위한 대량 매표사태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다.

…최근 전남 A지구당대회를 찾은 한 주자는“갑.을 두지구당이 식사나 하라”며 1백만원이 담긴 격려금봉투를 전달하고 갔다.이 지구당 당직자 40여명은 이 격려금을 비빔밥 점심에 충당했다.

경기지역의 한 원외위원장도 “이 주자가 한달전 지구당을 찾아 와 2백만원의 격려금 봉투를 놓고 가 당직자 회식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주자는 지난달 23일 전남 B지구당 당직자 40~50여명과 R호텔에서 된장찌개 조찬을 함께 했다.식사후 이 주자는“식사나 한번 더 하라”며 역시 2백만원이 담긴 격려금 봉투를 전달했다.

다음날 이 지구당을 또다른 경선주자가 찾았다.이 주자는 지역 상공인들과 조찬을 함께 한 뒤 2백만원의 격려금을 내놓고 갔다.

경선주자 본인은 아니지만 스폰서가 붙는 경우도 관찰된다.

전북 A지구당의 한 당직자는“모 경선주자와 당직자들이 점심식사를 했으나 돈은 사업가인듯한 처음 보는 수행인사가 지불했다”고 의아해했다.

경남지역의 한 위원장은 최근 모 주자가 찾아와 당직자 1백여명에게 점심을 샀다고 했다.설렁탕과 수육 10여접시.음료수까지 1백여만원을 쓰고 간 셈이다.서울과 충남지역의 원외위원장 2명도“격려금 1백만~2백만원 수준의 외부지원이 일부 주자로부터 공개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축사를 하러온 만큼 빈손으로 찾기가 겸연쩍다는게 격려금을 내놓은 주자들의 입장이었다.과거엔 경선주자가 지구당 방문시 5백~8백만원의 거액 격려금을 위원장에게 은밀히 놓고간 것에 비하면 많이 깨끗해졌다는 것. 그러나 1백만~2백만원의 금일봉도 거듭 풀게되면 수천만.수억원의 거금이자 불공정 돈경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원장들은 당원 식사용도의 격려금 봉투라면 받겠다는게 다수다.이같은 구조라면 돈경선으로의 확산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지역의 한 원외위원장은 최근 김덕룡(金德龍).이회창(李會昌).이홍구(李洪九).박찬종(朴燦鍾).이수성(李壽成)등 5인주자의 지구당사 방문을 받았다.이중 한 주자가 부인들 화장품세트를 돌린 것외에 봉투는 없었다고 했다.

반면 오후5시에 오기로 한 모 주자가 30분이상 늦게 도착,그날 저녁 모인 당직자 50여명의 저녁식대 54만원을 위원장 자신이 부담했다.다음날 오후4시30분 예정인 주자가 또 1시간 늦었다.이 위원장은 아예 김밥과 수박등을 미리 사놓고 주자가 떠나자 사무실에서 식사를 간단히 때우고 말았다.

이 위원장은“주자의 방문 때마다 위원장들도 곤욕을 치른다”며 “아예 개별방문을 금지해야지 이 구조라면 내심 식사비 정도는 주고 가길 바라게 된다”고 했다.서울.경기지역의 재선의원 2명도“동료들과 정보교류를 했지만 아직 매표의 수준은 아니다”면서“그러나 대의원이 알려지고 개별방문.매표가 본격화될 상황을 대비한 견제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훈.주정완 기자

<사진설명>

전당대회에 나갈 대의원을 뽑기 위해 지난 9일 열린 신한국당 서울 종로지구당(위원장 이명박.)대회에서 서울지역 의원들이 서로 손을 잡은채 치켜올리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