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1라운드서 잇단 퍼딩난조에 티샷마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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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골퍼의 긴장은 먼저 퍼팅에서 나타난다.전신의 피가 팔다리로 몰려 섬세한 감각을 마비시킨다.쉬운 퍼팅의 실패는 샷의 난조를 부르고 방심상태에 빠진 골퍼는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놓치게 된다.

타이거 우즈는 바로 이런 최악의 수순으로 빨려들어갔다.사상 첫 그랜드슬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두번째 무대의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97미국오픈 1라운드를 마친 그의 성적은 4오버파 74타. 긴장은 첫홀에서부터 시작됐다.세컨드샷을 홀컵 1에 붙였지만 그의 몸은 잔뜩 굳어 있었다.쉬운 듯한 퍼팅이 홀컵을 시계방향으로 돌아나왔다.순간 그의 얼굴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파3의 2번홀에서 버디로 다시 일어서는듯 했으나 3번홀 1거리의 퍼팅이 다시 홀컵을 돌았다.3퍼팅 보기. 널뛰기와 같은 불안한 경기를 펼치며 전반 9홀을 간신히 1언더파로 막았다.그러나 그는 이미 극도의 긴장에 지쳐 버렸다.후반을 버틸 힘이 남아있을까 의아해하는 순간,11번홀에서의 티샷이 하체가 흔들리며 왼쪽 숲속으로 빠졌다.3퍼팅까지 더해 더블보기.13번홀에서는 3번우드로 친 티샷이 또 훅이 났다.

러프의 탈출은 성공했지만 보기는 면치 못했다.15번홀에서는 생크마저 냈다.그리고 마지막홀에서 티샷을 연못속으로 집어넣어 더블 보기를 범했다.생각하기조차 끔찍스런 경기를 마친 우즈는 기자회견도 거부하고 총총히 필드를 떠났다.

그의 적은 길고 좁은 페어웨이도,고무줄같이 질긴 러프도,유리알처럼 매끄러운 그린도 아니었다.바로 그의 안에 도사리고 있던 불안과 긴장이었고 우즈는 그 싸움에서 졌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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