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단합대회의 내각질타 "규제혁파등 대통령 관심사에 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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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오후 청와대에선 전.현직 청와대비서관 5백20여명이 참석한 단합모임이 있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참석했다.

지난 2월 비서실장을 그만둔 김광일(金光一)씨는“대통령 임기가 8개월반 가량 남았다.하루에도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뼈있는 얘기였다.한 수석비서관은 “金대통령의 마음가짐을 잘 표현했다”고 전했다.

실제 金대통령은 어떤 날은 하루 4개의 공식일정을 소화하는등 열심히 일을 챙긴다고 한다.그런데 고건(高建)내각쪽 손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金대통령이 임기마무리 과제로 설정한'규제혁파'가 삐걱거리고 있다.

단순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문제는 약사회의 약국폐업 으름장에 총리실이 손을 들어버렸다.

이번주초 수석회의에서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은“국민 수혜차원에서 규제를 다뤄야 하는데 상황논리가 앞선다”고 개탄했다.여러 수석들도 동조했다.한 관계자는 13일“최근 1백일간 金대통령은 규제개혁을 집중 외치고 있는데 내각이 대통령 핵심 관심사를 소홀히 다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수석과 비서관들은“무소신과 추진력 부족이란 임기말 현상이 일부 장관한테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의원겸직 손학규(孫鶴圭)보건복지장관이 신한국당쪽에 관심을 더 둔다는 불평도 있다.

'공권력 관리'의 의지와 관련해선 강운태(姜雲太)내무장관등이 거명된다.한총련 사태초기 소극적 진압자세와 이석(李石)씨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지연등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안기부에 대한 불만도 적잖게 표출되고 있는데 신한국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이완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부처를 장악하고 소신있게 나서면 임기말이라 해서 일을 못하는게 아니다”며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의 금융개혁에 대한 집념을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92년 6공말'정원식(鄭元植)총리-이상연(李相淵)안기부장-정해창(丁海昌)청와대비서실장'라인보다 현 진용이 약체라는 평가도 한다. 한 당국자는“金대통령은 내각을 독려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돈 덜쓰는 선거제도,1백여 경제개혁법안 처리등을 위한 임시국회가 열리지조차 않는 사실을 들어 이 당국자는“金대통령의 중대결심은 살아 있다”고 말한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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