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 외교행낭은 화물기로 운송 … 하이재킹 위험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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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해 5월 12일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이 준 핵 관련 문서를 화물기로 미국까지 날랐다. 왜 화물기를 이용했을까. 보안 문제 때문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해도 중요한 문서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다. 민감한 내용이 많다. 그래서 외교문서 수송 사실이 외부에 노출돼선 안 된다. 여객기를 이용하면 보안을 유지하기 힘들다. 분실 위험도 있다. 불순분자에게 탈취당할 수도 있다.

세계 어느 항공사든 외교문서가 든 가방(외교 행낭)과 운반자는 우선적으로 탑승하도록 국제항공협약이 체결돼 있다. 외교행낭은 화물칸에 싣지 않는다. 화물기의 조종석 뒤쪽에는 6석의 비즈니스석이 있다. 기장과 부기장이 쉬는 좌석이다. 외교행낭은 이곳에 싣는다.

특이한 것은 외교행낭은 특수화물로 분류돼 사람이 탑승할 때보다 요금이 몇 배 더 비싸다. 대신 외교행낭을 운반하는 외교관이나 보안요원은 화물에 딸린 동승자로 취급돼 따로 돈을 내지 않는다. 사람이 화물의 부속물인 셈이다.

외교행낭을 가져가는 사람은 대개 특수 제작된 알루미늄 가방을 사용한다. 운반자는 수갑으로 알루미늄 가방과 자신의 손목을 묶어 놓는다. 열쇠는 출발지에 둔다. 목적지에 갈 때까지 수갑을 풀 길이 없다. 목적지에도 키가 있는데 도착하면 보안요원이 풀어 준다.

운반자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꼿꼿하게 앉은 자세로 간다. 인천에서 워싱턴까지 가는 화물기는 대개 앵커리지에 한 번 기착한다. 이때도 운반자는 내리지 않는다. 워싱턴에 도착해서야 보안요원의 경호를 받으며 내린다. 이들은 화물기가 출발하기 직전 탑승하고, 도착하면 가장 먼저 내린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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