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덴버서 열리는 '8개국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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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덴버에서 열리는 제23회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의는 러시아가 정식멤버로 들어옴에 따라 경제문제보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정치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G7정상회의는 지난 75년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등 선진국들의'경제서밋'으로 출발,세계 경제문제를 조율하는 비공식 기구역할을 해왔으나 회를 거듭하면서 정치색이 짙어졌고 마침내 이번에 러시아 가입으로'정치서밋'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 러시아의 경제력이 나머지 7개국보다 훨씬 처진다는 사실을 감안해 이번 회담의 공식명칭을 G8이 아닌'8개국 정상회담'으로 어정쩡하게 붙였다.

이번 덴버회담에서 옐친은 다른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20일의 개막 만찬회의에 참석하며 다른 정상들과 함께 22일 폐막 기자회견에도 참석한다.

러시아의 멤버가입이 가능케 된 것은 일본의 자세변화다.

일본은 지금까지 러시아에 빼앗긴 쿠릴열도(북방영토)문제를 이유로 유일하게 러시아 가입을 반대해 왔으나 미국등 대세가 이미 러시아쪽으로 기울어 더 강공책을 썼다가는 러시아와의 외교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러시아 가입을 계기로 정치토의가 다양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국제정치.테러.마약.환경.원자력발전등 지구적인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물론 거시경제정책.국제금융.무역등 3개분야는 종래대로 주요의제로 토의될 것이지만 향후 핵심적인 경제논의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의 몫으로 넘겨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을 짚어볼때 과거 정상회담의 정점을 이뤘던 경제관련 공동성명은 격하된 G7의 경제관련 공동성명을 포함한 정치관련 공동성명으로 대체될 전망이다.이 경제관련 성명에는 7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간에 매년 세차례 이뤄지는 회의의 주된 의제인 금리.무역적자.통화가치등의 문제를 포함하게 될 것이다.마이크 매커리 미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같은 새로운 지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이미 G8으로 부른다”며 “이젠 8개국 정상회담으로 옐친 대통령이 사실상 모든 논의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G7은 이미 없어졌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끌어안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은 내년에 러시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기로 하는등 처음부터 G8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그러나 일각에선 정상회담이 정치화됨으로써 국제문제 현안타결보다'수사(修辭)만 나열되는 만찬모임'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재학 특파원

G7 정치화 일지

▶6회 (80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옛소련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첫 정치토의

▶10회(84년 영국 런던) .국제테러에 관한 선언 .이란-이라크분쟁에 관한 의장성명

▶15회(89년 프랑스 알슈) .정치선언으로 중국의 천안문사건 언급 ▶16회(90년 미국 휴스턴) .옛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지원에 합의 ▶17회(91년 영국 런던) .회의종료후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G7정상과 회담 ▶18회(92년 독일 뮌헨) .회의종료후 옐친대통령이 G7정상과 회담 .쿠릴열도 문제를 G7공통관심사항으로 확 인

▶20회(94년 이탈리아 나폴리) .러시아가 정치토의의 정식멤버가 됨

▶21회(95년 캐나다 핼리팩스) .G8에서 러시아에 대해 체첸문제의 평화적 해결,정치.경제의 지속적인 개혁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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