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HBS 제작 특집다큐멘터리 지역민방에 먼저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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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시청자가 우선이냐 돈벌이가 먼저냐'. 오락전문 케이블TV HBS(대표이사 채수삼.채널19)가 최근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시빗거리를 만들고 있다.

HBS는 올 3월 개국일을 맞아 방영할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8부작 탐험다큐멘터리'마지막 오지를 찾아서'(연출 조제훈.조덕현)를 제작했다.

이 프로는 지구상 마지막 남은 오지라는 살윈강(중국명 怒江)유역을 탐사해 시청자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살윈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태국.미얀마를 거쳐 벵골만으로 유입되는 강. 당시 HBS는“헬기동원등 제작비 6억원을 투입해 1백여일간 촬영되는 대작”이라고 선전했다.

3월말께 편집까지 마무리된 이 다큐멘터리는 웬일인지 아직까지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왜 이렇게 됐을까. 케이블시청자들이 기다리던 이 다큐멘터리가 5월중순부터 민방 4사중 PSB(부산방송).TBC(대구방송).KBC(광주방송)의 창사 2주년 특집다큐로 둔갑해 버젓이 소개되면서 문제가 터졌다.

통상 영상물은 상영관-비디오-케이블TV-공중파TV의 순으로 공개되는 것과는 달리 HBS는 4월부터“민방 4사에 우선방영권을 주겠다”며 파격적인 제의를 했다.

많지도 않은 케이블시청자에게 먼저 보여주고 다른 방송사에 제값을 못받고 파는 것보다 미리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흔들린 것이다.

한 민방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HBS가 제시한 편당가격은 5백만원선.그러나 가격조정이 이뤄져 PSB.TBC.KBC는 편당 4백만원선에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HBS가 거둔 판매수익은 1억원선.이를 통해 HBS는 당초 제작비 2억원(6억원은 부풀려진 액수)의 절반정도는 회수했다고 한다.

HBS측은 이에 대해“적자(96년 당기순손익 2백27억원)에 허덕이다 보니…”라며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HBS측 주장은 그러나 커다란 착각을 안고 있다.

여타 독립프로덕션과 달리 HBS는 방송사다.

자기 시청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프로그램제작과 방영이 주된 일이지 장사가 먼저일 수는 없다.

이번 일은 방송사라는 자기정체성을 허무는 자해행위며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HBS는 인식해야 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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