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고민과해법>上 .독일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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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일본과 함께 세계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유럽.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저마다 산적한 현안앞에 몸살을 앓고 있다.독일과 프랑스는 사상 최고 수준의 실업률과 유럽통화통합 기준을 웃도는 재정적자라는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일찌감치 개혁과 민영화를 통해 경제적 활력을 되찾은 영국은 훨씬 사정이 낫지만 노동당정부 출범후의 정책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이런 각국의 사정은 99년으로 예정된 유럽통화통합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독일.프랑스.영국등 유럽 주요 3국 경제의 현황과 과제,이를 해결키 위한 노력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테오 바이겔 독일 연방재무장관은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99년 출범예정인 유럽통화동맹(EMU)에 독일이 가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바이겔장관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독일이 참여하지 않는 EMU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EMU가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다.현재 예상으로는 재정적자율이 3.2%에 이를 것으로 보여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가입기준 충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바이겔 장관으로서는 헬무트 콜 총리 연립정부의 절대과제인 EMU가입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성취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1백80억마르크(약 9조원)로 예상되는 올해 세수(稅收)결손을 메우는 일이다.유류세등 세금인상을 통해 이를 보전할 수 있지만 연정내 자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분데스방크가 보유한 금의 가치를 재평가해 3백억마르크 이상에 상당하는 평가차액을 세수로 돌리려는 시도도 여론에 밀려 실패했다.지난 5일부터는 1백만마르크 이상의 예산지출은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30억마르크 상당의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독일이 예상과 달리 EMU가입을 위한 재정적자기준을 쉽게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경기와 실업률증가가 주요인이다.지난 1분기중 GDP성장률은 1.4%로 공식집계됐다.서독지역은 1.2%,동독지역은 2.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낮은 수치(도표참조)지만 당초 올해목표로 세운 성장률 2.5%는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이처럼 독일경제가 그런대로 굴러 가는 것은 마르크 약세등에 따른 수출부문의 강세 때문이다.1분기 수출은 전년동기비 6.8%의 증가율을 보였다.하지만 내수는 0.9%의 미미한 성장에 그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2.5%의 성장률 정도로는 실업해소가 난망(難望)하다는 점이다.

독일의 최대현안은 높은 실업률이다.지난달말 현재 독일의 실업자는 4월보다 9만1천2백명 감소한 4백25만5천6백명,실업률은 11.3%에서 11.1%로 다소 낮아졌다.이는 올초 한때 실업자가 4백70만명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지만 주로 계절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다.

오히려 올해 전체로 보면 당초예상보다 12만명 더 많은 4백10만명(월평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노조는 실업률완화를 당면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유효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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