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국 난제 해결사 미국 의원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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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미 양측간 현안해결에 미국 의원외교가 한몫 하고 있다.의원외교는 통상 정부차원에서 다루기 힘든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풀어나가는 중요한 외교술. 북한은 미의원들을 선별 초청하는 방식으로 대미(對美)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미 클린턴 행정부도 한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북(對北)난제를 살금살금 해결하고 있다.

북한이 초청하는 인물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해온 민주당 인사가 대부분이다.공화당 출신 의원들의 방북신청은 번번이 퇴짜맞기 일쑤다.

미정계 실세이거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에 국한됨을 읽을 수 있다.

화가 난 공화당 출신의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태(亞太)소위 더그 비우라이터 위원장과 한국계 김창준(金昌準)의원이 북한의 미의원 선별행태를 북한측에 정식 항의하도록 행정부에 촉구했지만 들은 척도 않는다.

미의회에서 의원외교로 언론의 각광을 받은 인물은 뉴멕시코주 하원의원 출신 빌 리처드슨 유엔주재 미국대사.그는 이라크.보스니아.북한등지에서 미정부가 나서지 못하는 껄끄러운 문제를 풀어온 막후 해결사. 그는 지난 94년말 미군헬기 격추사건 당시 평양에서 생존 조종사 보비 홀 준위의 석방교섭을 벌인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간첩혐의로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의 신병을 인수받기도 했다.또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처드슨이 유엔대사로 자리를 옮긴뒤론 토니 홀 하원의원(민주.오하이오)이 북한 문을 두드리고 있다.특히 지난 4월 그의 방북시 미육군 의회파견관인 프랭크 브리튼 대령이 수행,대북창구가 그로 바뀌었다는 분석을 낳게했다.

홀의원은 78년 의회 진출이래 기아(饑餓)전문가로 자리잡았다.에티오피아.소말리아.르완다.보스니아등 굶주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그가 활동하고 있는 하원 기아대책위원회가 예산문제로 해산위기에 놓이자 의사당에서 단식을 벌여 이를 막은 일화는 유명하다.

테드 스티븐슨(공화.알래스카)미상원 세출위원장은 대니얼 이노우에(민주.하와이)등 상원군사소위원회및 정보위원회소속 의원 4명과 함께 지난 3월 북한의 초청을 받아 방북했다.스티븐슨 위원장은 대북식량지원에 관한 의회차원의 주요 권한을 쥐고 있다.

농업위원회소속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민주.몬태나)도 지난달 27일 북한을 방문,식량문제및 4자회담.미사일협상.미군유해 송환문제등을 협의한 바 있다.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등 정부간 공식관계가 지연될수록 미국의 의원외교와 북한의 초청외교는 중요한 외교채널로 계속 가동될 전망이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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