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풍수>下. 공간 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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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풍수와 기의 관점에서 볼 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글자다.하늘(.)과 땅(-),그리고 사람(ㅣ)을 조화시켜 만든 문자이기 때문이다.따라서 한글에선 자연의 기와 사람의 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인간사의 모든 이치도 마찬가지여서 천(天).지(地).인(人)의 상관관계가 중요하다.

풍수에서 중요시하는 역(易)은 태양(日)과 달(月)이 합쳐진 글자로 영원한 재생과 발전을 뜻한다.공간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도 변화와 발전의 원리는 적용된다.좋은 디자인은 옛것에서 출발해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가며 기를 발전시켜 주는 것이다.온고지신에 다름아니다.

이런 지혜는 서양사람들도 이미 널리 활용하고 있다.새 아파트엔 오래된 그림이나 옛가구로 장식을 하며 고궁(古宮)옆엔 고층빌딩으로 시대변화의 대조(contrast)를 조율한다.옛것이 깊은 뿌리라면 새것은 화려한 꽃에 비유할 수 있다. 주거공간 디자인에 있어서는 기의 흐름을 중시해야 한다.출입구는 항상 밝고 탁 트인 느낌이 들어야 하며 온화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기가 원활하게 흐른다.답답한 구조로 된 출입구라면 큰 거울로 보완하는 것이 좋고 특히 문이 벽과 마주보는 경우는 거울을 달아 기가 관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돌출한 모서리나 사각 기둥은 기를 꺾는 역할을 하므로 화분을 놓아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하면 좋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임의로 공간구조를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몇가지 가구나 소품을 이용해 풍수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가면 된다.우선 거울은 사악한 기를 반사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도로나 큰 빌딩옆의 창문은 반사형 유리로 설치한다.거울을 통해 정원의 모습이 실내로 비춰진다면 이 또한 바람직하다.

화분이나 분재는 실내에 자연의 기를 넘치게 한다.햇볕이 잘 들지 않거나 화초를 키우기에 추운 공간이라면 인조화초를 들여놓아도 된다.특히 구슬이나 채색된 유리로 모양을 낸 분재등이 좋다.

부를 상징하는 물과 악운을 흡수하는 고기가 조화를 이루는 어항 역시 삶의 공간을 풍요롭게 한다.어항의 공기발생기는 물고기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지만 기의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수석(壽石)같은 중량감 있는 물체는 기의 동요가 심한 곳에 두면 안정을 가져온다.직장에서의 불안이나 집안에 복잡한 일이 생길때 활용해 봄직하다.산수화는 자연의 기를 실내에 전해주며 상서로운 기를 돋운다.붓글씨를 담은 액자도 기를 고무한다.

새롭게 주목해야 할 생활도구가 컴퓨터다.이는 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 컴퓨터 작업자는 늘 문이나 창문을 향해 앉아야 컴퓨터의 기를 자신의 활력과 생기로 소화하게 된다.그렇지 않을 경우 강한 기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 최근들어 서양에서도 기의 흐름과 풍수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천지인의 조화를 중시하는 추세가 그렇고 자연의 기와 인간의 기를 조화시키려는 노력 역시 이에 해당한다. 김용수 한국자료연구소장

<사진설명>

박수근의'강변'.김용수 소장은 풍수와 기의 관점에서 볼 때 화가 박수근의 작품이 천.지.인의 조화를 잘 이뤄냈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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