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 참사] 쟁점6. 컨테이너 진압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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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경찰이 강제진압에 들어가자 옥상에 설치한 고공 망루에 들어가 화염병을 들고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기중기를 동원해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대원 13명을 실은 컨테이너를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이던 건물 옥상으로 공수(空輸)해 본격적인 진압에 들어갔다. 그러나 농성자들은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고, 급기야 6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경찰은 사건 브리핑에서 “농성자들이 옥상 입구를 용접해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어쩔 수 없이 옥상으로 직접 진압 부대를 올려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옥상에 설치돼 있던 망루(望樓)를 ‘점령’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망루는 철거민들이 철거촌 건물의 옥상에 높이 5m 안팎으로 짓는 구조물을 말하며 철거민들 사이에서는 ‘골리앗’으로 불린다. 철거민들은 장기농성을 위해 망루를 짓는데 경찰이나 철거반원이 아래층에 진입하더라도 위층에서 계속 농성할 수 있도록 여러 층으로 설계한다.

철거민들은 망루 안에 시너나 휘발유, LPG(액화석유가스) 통 등 발화 위험물질을 쌓아놓고 경찰의 접근을 차단한다. 따라서 일단 망루가 세워지면 붕괴나 인화물질 발화 등의 가능성 때문에 경찰이 선뜻 접근하지 못해 농성이 장기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도 농성자들은 건물을 점거한 19일 오전 4m 높이의 망루를 짓기 시작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방해했지만 같은 날 오후 6시 설치를 마쳤다. 농성자들은 망루를 만든 뒤 바깥을 파란색 함석판으로 둘러싸고 지붕까지 얹어 집처럼 보이게 했으며 골격을 단단히 하려고 내부에서 용접을 했다는 것이 현장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공대 투입이 불가피했고, 화염병 세례를 뚫고 요원들을 현장에 이동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동원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2005년 6월 54일간 계속된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들의 농성을 해산하는 과정에서도 컨테이너 전술을 사용해 진압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충형·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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