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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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우리의 청소년,어디로 가고 있나'생방송 프로 진행 도중에,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로즈 버드단원들이 방송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 음성조작과 영상확대기법으로 화면에 비치기도 하였다.그리고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에서 접대부 노릇을 하기도 하고,티켓 다방에서 윤락행위를 강요받기도 하고,아예 사창가에서 몸을 팔고 있는 가출소녀들의 실태가 자료화면을 배경으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로즈 버드단원들 역시 고등학교 중퇴생들로 오직 자기들만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가출을 하였다고 하는데,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로운 삶이란,공부에 매이지 않고 웃음을 파는 쉬운 직장을 구하여 돈을 벌고 본드와 같은 환각제를 통하여 현실을 도피하는 생활이 고작이라는 것입니다.그들은 몸을 파는 매춘행위는 로즈 버드단의 내부 규정에 의하여 절대 하지 않고 있다고 하였지만,본드까지 마시는 그들이 과연 몸을 파는 단계로 타락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우리는 이들이 바로 우리의 누이요,딸이요,제자들이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우리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 선도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어떤 정치적인 현안 문제보다 우리 청소년들의 탈선문제가 시급하고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겠습니다.” 기자의 코멘트가 진지한 어조로 이어졌다.다시 화면은 스튜디오의 토론회장으로 바뀌었다.소년범죄로까지 치닫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토론자들이 여러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대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그쳤다.사회자는 토론회장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마이크를 돌려 그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였다.사람들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정의 화합,건전한 청소년 문화 육성,외래문화의 선별적 수용등에 관한 의견들을 적어도 토론자들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실례를 들어가며 제시하였다.

바로 그때였다.토론자들이 앉아 있는 무대로 어느 여자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토론자와 사회자.참석자.시청자들이 저여자 누군가 하고 숨을 죽이고 주목하였다.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그 여자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그런데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브이(V)자를 그려보이며 걸어들어오는 것이 아닌가.“누구신지?” 사회자가 무대 아래에서 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있는 프로듀서쪽을 힐끔 쳐다보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 여자에게 물었다.

“나는 니키 마우마우단원이다!” 그 여자는 당당한 어조로 외치며 카메라를 마주 대하고 섰다.

사회자는 어쩔 줄을 모르며 프로듀서 쪽만 흘끗거렸다.프로듀서는 그 여자를 내쫓지 말고 상대해보라는 신호를 손짓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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