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의 응어리 뭉쳐 던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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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이 쿠웨이트를 상대로 본때를 보여줬다. 한국은 20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스팔라디움 아레나에서 열린 제21회 국제핸드볼연맹 남자세계선수권대회 예선 B조 3차전에서 쿠웨이트에 34-19로 크게 이겼다. 쿠웨이트를 만날 때마다 석연찮은 판정 탓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던 한국은 이날 15점 차의 대승으로 빚을 갚았다. 1,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스웨덴에 잇따라 2패를 기록한 뒤 거둔 첫 승리여서 더욱 값진 1승이었다.

한국의 박찬영(左)이 슛하려는 순간 쿠웨이트의 마흐디 알칼라프가 반칙성 수비를 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그동안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국의 지위를 이용한 노골적인 편파판정으로 한국을 괴롭혀 왔다. 그러나 20일(한국시간)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쿠웨이트를 34-19로 완파하며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했다. [스플리트(크로아티아) AFP=연합뉴스]


한국 선수들은 루마니아 심판의 공정한 심판 아래 물 만난 고기처럼 코트를 펄펄 날아다녔다. 이에 비해 쿠웨이트 선수들은 마음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주심의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끝에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쿠웨이트 핸드볼팀은 아시아 지역에선 ‘공공의 적’이다.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 지위를 이용해 대회 때마다 편파 판정을 일삼기 때문이다. 한국은 심판진의 ‘거꾸로’ 판정 탓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26-32로, 2007년 9월 일본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남자 예선전에선 20-28로 각각 쿠웨이트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중동 심판들은 우리 선수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휘슬을 부는 바람에 한국은 제대로 기량을 펼칠 수가 없었다. 한국은 결국 세계연맹에 이의를 제기한 끝에 재경기 승인을 받았고, 여기서 승리를 거두고 베이징행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아시아 지역에서 ‘왕자’ 대접을 받던 쿠웨이트 선수들은 심판 판정이 공정한 세계 무대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윤경신(36·두산) 등 베테랑 선수들이 빠진 한국에 15점 차로 패한 것을 비롯해 크로아티아에 19점 차, 스페인에 20점 차로 지는 등 3전3패를 기록했다. 이날 4골을 기록한 박중규(26·두산)는 “그동안 응어리졌던 한을 오늘 풀자고 다짐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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