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지역별 학력 격차 놔두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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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19일 서울 지역 371개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 실적을 보도하자 학부모와 학교 등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본지 조사 결과 서울 시내 6개 외고 합격생의 절반 이상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노원구 등 5개구 출신인 데 비해 금천·중·구로구 등의 48개 교는 올해 한 명도 특목고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일산의 한 학부모는 “왜 서울만 공개하느냐. 경기도 중학교의 진학실적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학 실적이 좋지 않은 학교에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수년째 특목고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한 중학교 교장은 “막대한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어떻게 경쟁이 되겠나. 특목고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장은 “대입 성적에 의해 고교 서열이 매겨지는 와중에 중학교까지 줄을 세워야 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도 “이대로 가다가는 학력차가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번 조사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평준화의 그늘에 감춰져 있던 지역별 학력 격차를 양지로 끌어낸 것이다. 지역별·학교별 학력차는 엄연한 현실이고 그대로 두면 더 곪게 마련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상처를 보여줘야 정확한 원인과 처방을 찾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국대 고진호(교육학)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지역별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력 격차가 단순히 부모의 교육열이나 사교육 때문에 생긴 것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의 교감은 “이른바 ‘사교육 벨트’만 학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교육 당국이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선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대 강태중(교육학) 교수는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수준별 수업, 방과 후 학교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대안형 교육기관을 만들고 환경 개선에 필요한 재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약한 지역에 우수 교사가 가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바우처)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정현목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