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때 남은 120억대 비자금 김현철씨 국가헌납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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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구속중인 김현철(金賢哲)씨가 대선자금 잉여금으로 자신이 비밀리에 관리해오던 1백20억원대 비자금에 대한 국가 헌납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31일“최근까지 현철씨를 접촉하며 나사본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고 남긴 것으로 검찰에서 조사된 1백20억원 상당 비자금의 국가헌납을 추진했으나 현철씨는 아직도 자기 개인 돈이라는 생각을 갖고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3면〉 이 관계자는“현철씨가 이 돈을 국가헌납등 방법으로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어 청와대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현철씨가 그동안 나사본 운영자금중 남은 돈을 몰래 관리해온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짐에 따라 시중에'金대통령이 취임이후 정치자금을 한푼도 안받겠다고 한 것도 대통령 퇴임후 현철씨가 가진 돈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는 비난이 형성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는 큰 부담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비자금을 포기하도록 현철씨를 설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대검의 한 간부는 31일“현철씨가 관리해온 1백억원대의 비자금은 구속 혐의내용인 알선수재.탈세의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어 검찰이 어떻게 처분하든지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그렇지만 중수부 수사팀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때 국가헌납등의 방법으로 돈을 포기하는게 좋을 것이란 충고는 현철씨에게 했으나 거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검찰은 이 비자금이 현철씨의 측근으로 김영삼(金泳三)후보의 사조직이었던 나사본(나라사랑운동실천본부)사무국장 박태중(朴泰重.구속중)씨가 14대 대통령 선거직후인 93년초 금융기관에서 인출해 현철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낸바 있다.또 현철씨는 이 돈을 구속된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등을 통해 한솔그룹과 대호건설등에 맡겨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권개입의 대가성등 비리가 밝혀지지 않아 구속 당시 범죄사실에서 제외됐었다.

이에대해 전원책(全元策)변호사는“현철씨가 관리한 돈이 대선때 쓰고 남은 것이라면 국가나 사회에 환수시키려는 검찰의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이에앞서 현철씨 스스로 국가헌납등을 선언해야 한다.만약 현철씨가 이 돈을 계속 소유하길 고집한다면 이는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의 경우처럼 순수한 정치자금이 아니라 개인축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철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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