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벼랑 끝 전술’ 매달리는 북한의 무모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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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연초부터 조급하게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먼저 돼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그제 ‘정상화가 돼도 미국의 핵 위협이 있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뭔가 조정이 안 됐는지 나흘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동시에 남측에 대해서도 군부가 직접 나서 군사적 대응까지 고려한 ‘전면 대결 태세’를 선언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가동시키는 것과 비교하면 어색한 측면이 없지 않다. 결국 한국은 물론 미국의 오바마 당선인 측도 자신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좀 더 강한 모습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이런 전술은 불가피할지 모른다. 이것밖에는 서방세계에 던질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같은 행태를 보여온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벼랑 끝 전술은 그 효능을 점차 상실하고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물론 앞으로도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북한이 위협의 강도를 높여 가면 과거 예처럼 북·미 회담이나 6자회담이 열리면서 지원을 받는 등 북한이 원하는 국면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만 허비하지, 북한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해소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았지만 경제 회복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핵 포기 결단을 내리고 안전보장책을 확약받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출입 제한 때에 이어 이번에도 군부인 총참모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위협을 가했다. 군부 위상 강화 등 권력구조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만반의 경계태세는 물론 북한 내부 사정 파악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향후 조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미국과의 완벽한 공조가 요구된다. 특히 북한의 집요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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