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양가 자율화와 시장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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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아파트분양가를 자율화하기로 한 것은 당면한 건설업계의 미분양사태를 도와주자는 의도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이다.다만 당초 업계가 희망했던대로 수도권지역의 아파트분양가가 자율화에서 제외된 점이 논란거리다.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것은 아직도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해 자율화가 자칫 부동산가 앙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자율화가 아파트가격의 상승을 가져올지 혹은 단기적 혼란을 거쳐 안정세로 돌아설지의 판단은 현재의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볼 경우 속단하기 어렵다.수도권의 경우도 현 아파트수급동향을 보면 지금이 자율화의 적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여기서 재차 확인돼야 할 점이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시장에도 기본적으로 시장원리가 주조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아파트가 새로 지은 아파트보다 더 값이 비싸고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으로 돈을 버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은 고쳐져야 한다.당국이 아파트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결국 건설되는 아파트의 질이 떨어지거나 공급이 줄어든다.그러면 낡은 아파트의 가격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수도권지역에서도 모든 아파트가격을 일시에 자유화하라는건 아니다.처음에는 중.대형에서 시작해 프리미엄을 현실화시켜 나가고 정착되는 것을 보아 국민주택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실무당국으로서는 6공화국시절의 악몽이 되풀이돼 책임지는 사태가 되는걸 원치 않을 것이다.그러나 아파트가격의 등락은 역시 수급 양쪽을 다 보면서 시장에서 결정되게 조정해야지 혹시나 하는 염려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만의 하나 아파트가격이 단기적으로 자극받을 경우엔 세정당국이 개입하고 투기요인을 적발해 세수로 환원하면 될 것이다.분양가통제는 공급확대를 막는 근본요인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아파트가격안정의 수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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