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불황의 시대’에 케인스 이론 돌아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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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설득의 경제학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242쪽, 1만2000원

 케인스 경제학이 부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케인스 경제학은 불황의 경제학이다. 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는 불황기에는 정부가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요즘 세계 각국이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고,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리며, 사회간접자본과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위해 돈을 쏟아붓는 건 케인스 경제학의 영향 때문이다.

당연히 이 학파의 시조인 케인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케인스 이론을 집대성한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책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도 한 두 번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이 책을 일반인들이 이해하리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케인즈가 쓴 대중 교양서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대중을 제때 납득시키고”“나의 의견을 전파하기 위해 설득의 정신에서 쓴”에세이 모음이다. 1930년에 발간된 ‘화폐론’과 36년의 ‘일반이론’ 중간에 발간된 책이라 케인스의 철학과 이론은 대부분 다 들어있다.

또 이 책은 31년에 간행된 원저 ‘설득의 에세이’를 기본으로 하고, 그 전후에 케인스가 쓴 몇 편의 에세이들을 번역자가 추가해 엮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추가된 에세이에 더 관심이 갔다. 케인스가 1933년말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쓴 칼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와 36년에 쓴 ‘일반이론은 어떤 사회철학을 낳을까’라는 에세이가 그것이다.

‘공개편지’에서 케인스는 루스벨트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후세 사가들은 그를 대공황 극복의 영웅으로 칭송하지만 당대의 케인스는 그렇지 않았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더욱 대담한 정책을, 보다 신속하게 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루스벨트는)현재의 고문들을 해고하는 것이 최고의 희망”이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끔찍한 몰락의 길로 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루스벨트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모른다고 비판했다. 경제가 회복된 후 사회 개혁을 해야 하는데 루스벨트는 “회복을 저해하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개혁”을 같이 추진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루스벨트의 뉴딜은 사회 개혁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는 한국의 케인지언들이 읽어야 할 대목이다.

과문 탓이겠지만 케인스가 소득과 부의 형평을 강조한 것은 물론 “재분배정책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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