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혼자 배워 '비트박스 짱'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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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비트박스 잘 하려면 두가지만 기억하세요. 북 치기 박 치기…'.

이렇게 시작하는 15초짜리 광고 한편으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청년이 있다. 랩퍼 후니훈(24.본명 정재훈)씨가 바로 그 행운아다.

1997년 힙합그룹 '유니티'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2년 만에 그룹 활동을 접고 재기를 노리던 그는 이 광고의 성공으로 가요계는 물론 드라마와 숱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는 '바쁘신 몸'이 됐다.

"사실 그 전에도 한가하진 않았어요. 가수 비가 부른 '안녕이란 말 대신'에서 '가면 가면 니가 떠난다면…'하는 랩을 한 게 저예요. 비 말고도 많은 가수의 앨범 작업을 도와줬죠."

그의 말처럼 많은 가수와 작업하다 보니 '랩과 비트박스에선 후니훈이 최고'라는 소문이 났고, 마침 이 소문이 모 이동통신회사의 광고를 준비 중이던 감독의 귀에 들어갔다.

"알고보니 비트박스뿐 아니라 요가.춤 등 다른 분야를 가르치는 내용의 광고까지 함께 시리즈로 찍었대요. 그런데 제가 찍은 비트박스 편이 제일 반응이 좋아서 1순위로 방송을 탔다네요."

입에서 다양한 소리를 내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게 비트박스다. 이 비트박스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감독의 주문에 후니훈씨는 즉석에서 요즘 최고의 유행어로 떠오른 '북 치기 박 치기'의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작은 누나가 해금을 전공했기 때문에 평소 국악과 랩을 접목시킬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었거든요. 처음엔 '북 치고 장구 치고'로 하려다가 발음이 쉬운 '북 치기 박 치기'로 바꿨죠."

그가 비트박스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1년 때. 우연히 음반가게에서 흘러나오던 미국 댄스그룹 스냅의 음악에서 비트박스를 듣고 매료돼 그 길로 테이프를 샀다. 몇년간 그 테이프가 닳도록 들으며 혼자 따라하다 보니 고수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제가 혼자 비트박스며 랩을 배웠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어요. 하지만 정말 입술이 부르트고 목.귀.코가 다 아프도록 연습해서 익혔거든요. 왜냐고요? 악기 없이 입 만으로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미있잖아요."

갑자기 얼굴이 알려져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힘들어졌다는 그는 "이달 말께 새 앨범이 나오는 대로 랩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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