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호빵 속에 '쓰레기 단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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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썩거나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야 할 단무지 자투리를 이용해 만든 만두소가 유명 만두.호빵 제조업체에 대량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외사3과는 6일 단무지 업체가 버리는 썩은 단무지 등을 폐우물 등에서 퍼낸 오염된 물로 씻은 뒤 국내 25개 식품업체에 납품한 혐의(식품위생법 등 위반)로 만두소 제조업자 김모(38)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이모(61)씨를 수배했다.

이씨는 1999년 11월부터 올 4월까지 W식품을 운영하면서 국내 유명 제빵업체와 만두회사에 불량 만두소 3192t(22억여원 상당)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보통 만두소의 절반 가격인 ㎏당 400~800원씩 받고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W식품은 국내 만두소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입건된 H식품 김씨 등 3명도 비슷한 방법으로 만두소 246t을 만들어 소형 식품매장 등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W식품 등에 '쓰레기 단무지'를 넘긴 단무지 제조업체 두 곳은 해마다 500만원 정도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였다.

만두소에는 두부.배추.숙주 등 보통 11가지 재료가 들어가며 무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 된다.

경찰은 "W식품 등이 납품한 만두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대장균이 다량 검출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회사에서 만두소를 공급받은 만두.호빵업체들은 "만두소가 '쓰레기 단무지'로 만들어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경찰조사에서 밝혔다. 만두.호빵업체들은 불량 만두소를 이용해 만든 만두.호빵 등을 대형 할인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통해 지난 5년간 판매했다.

경찰은 W식품의 이씨가 경기도 일대 기도원 등을 돌며 도피 중인 것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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