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로 빌려쓰고 주식으로 갚겠다' 전화설비費 상환방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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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이 전화가입자로부터 받아온 평균 21만원의 '설비비'중 보증금 명목의 10만원을 제외한 11만원을 정부가 보유중인 한국통신주식으로 상환하려는 계획을 추진중이어서 그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가입자들로부터 무이자로 빌려 쓴 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돌려주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한꺼번에 많은 주식이 시장에 풀려 나갈 가능성이 있어 주식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통부와 한국통신은 다음달중 허가되는 제2시내전화업체의 등장과 올해말 한국통신주식의 해외증시 상장을 계기로 이 회사의 경쟁력향상을 위해 4조2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전화설비비를 청산하기 위한 방안을 최근 이같이 마련하고 재정경제원과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마련된 방안에 따르면 21만원의 설비비중 10만원은 가입보증금 형태로 한국통신이 계속 보유하고 나머지 11만원은 한국통신주식을 국민주 형태로 지급한다는 것.배정될 주식은 현재의 가격을 4만원 수준으로 보고 2년간 매매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가입자들의 기회비용을 감안해 주당 3만3천원선으로 책정할 예정이다.한국통신은 가입자당 이 주식 3주를 배정하고 모자라는 1만여원은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전화사용요금에서 깎아준다는 계획이다.

한국통신의 자본금은 1조4천3백95억원으로 정통부는 이같은 상환계획을 통해 6천만주를 국민에게 분배함으로써 정부보유주식을 지금의 71.2%에서 50%선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한국통신은 통신사업특별회계로 편성돼 있는 이 회사 주식을 재경원으로부터 사들이고 매각대금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연리 5%선에 20년에 걸쳐 재경원에 납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통부가 설비비 21만원중 보증금으로 10만원을 책정한 것은 가입비를 9만원으로 정한 데이콤 주도 제2시내전화업체인 하나로통신과의 요금격차 10%를 염두에 둔 것.재경원은 그러나▶이같은 제도는 한국통신에 대한 특혜고▶정부부담이 늘어나며▶해당주식 매매를 2년간 불허한다 해도 사실상 장외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이유로 이 계획에 일단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정통부는 설비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오는 11월 이 회사 주식이 해외증시에 상장되면 충분히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해 이 방안을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통부와 한국통신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설비비반환 문제를 너무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중앙대 왕규호(王奎晧.경제학)교수는“4조원 규모에 달하는 재원을 다루는 중요정책을 관련부처간 협의로만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공청회와 같은 민의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또“보증금은 한달간 사용요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보증금을 10만원 이하로 내릴 것을 제시했다.서울대 이창용(李昌鏞.경제학)교수도“주식가격이 4만원이면 비싼 것은 아니지만 가입자들이 현금 또는 주식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호 기자

<사진설명>

한국통신이 전화가입자들로부터 설비비 명목으로 받아 관리해온 돈중

일부를 이 회사 주식으로 반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자 일방적인

주식반환계획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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