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목받는 左派신세대 기수들 조스팽.라퐁텐.프로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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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럽대륙에는 아직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처럼 선풍적 인기를 끄는 좌파지도자가 없지만'사회주의 르네상스'를 향한 좌파정치가들의 꿈은 그 어느때보다 부풀어 있다.

현재 유럽의 좌파지도자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25일 총선을 앞둔 리오넬 조스 팽(59)프랑스 사회당수. 그는 95년 대통령선거에서 2차투표까지 치른 끝에 보수 우파의 자크 시라크에게 석패한 만큼 이번 총선을 통해 총리직에 등극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시라크 대통령의 보수연합이 좌파세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조스팽의 야심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보수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실업과 빈부격차등 프랑스의 당면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파대통령에 좌파총리라는 '좌우동거체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조스팽이 차기총리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스팽은 외교관과 파리대학 경제학교수를 거쳐 미테랑 대통령 시절 교육부장관을 역임해 행정실무와 이론에 밝은 사회당의 신세대 기수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가을 총선이 예정돼 있는 독일에서도 오스카 라퐁텐(53)사민당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60년대 후반 유럽학생운동의 대표적 지도자 가운데 한사람으로 지금은'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의 상징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탁월한 웅변술과 현실적 비전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90년 총선 당시 콜 총리를 꺾고 통일독일의 초대총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두개의 독일이 합병되는 것은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다 조속한 통일을 바라는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다.

작년 봄 총선에서 중도좌파연합인 '올리브나무동맹'이 승리함에 따라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초의 좌파정권 총리로 취임한 로마노 프로디(57)는 인생의 대부분을 대학에서 보낸 경제학자다.

국영기업사장과 산업장관을 잠시 역임했지만 총리 취임 직전까지 학자 이미지를 간직해 부패가 만연한 이탈리아 정치판에 참신한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11월 이탈리아검찰이 그가 국영기업사장 시절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현재 참신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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