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도 치고 면도.머리감기 손님이 직접하는 '셀프 이발소' 첫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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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머리만 깎아주는'이상한 이발소'가 등장했다.면도도,머리감기도 안해주는 것은 물론 여종업원의 안마시중도 없다.

한달전 경기도 일산 밤가시마을에 문을 연'현민남성커트의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형 유리창,환한 조명을 밝힌 겉모습부터 일반 이발소와는 사뭇 다르다.

경력 17년의 베테랑 이발사인 사장 권대호(權大鎬.36)씨는“'이발소=퇴폐업소'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깨고싶어 그간 모은 돈으로 색다른 이발소를 꾸며봤다”고 말한다.

權씨는 손님이 찾아오면 10여분에 걸쳐 머리를 깎아주는 것으로 손을 턴다.다음엔 손님이 샴푸와 린스.소독된 면도기가 비치된 자율세면대에서 직접 머리감고 면도를 한다.바로 옆에는 헤어드라이어와 화장품이 놓인 자율화장대가 있어 머리모양도 솜씨껏 매만진다.

커피메이커에 담긴 커피도 손님이 스스로 따라 마시고 나갈땐 요금도 바구니에 직접 넣어야한다.일체의 부가 서비스가 없는 대신 이발료는 어른 7천원,학생 6천원으로 다른 곳보다 20~30%쯤 저렴한 편.“뭐 이런 이발소가 다 있느냐고 항의하는 손님도 간혹 있지요.그럴땐 이발소 간다면 괜히 부인에게 눈치보이고 쓸데없는'서비스'받느라 몇만원씩 날리는 것보다 얼마나 좋으냐고 설득하지요.” 權씨는“무엇보다 좋은건 아버지와 아들이 마음놓고 함께 찾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실제로 주말이면 가족단위 손님이 15팀 가량 몰린다.權씨는 기다리는 시간동안 이용하도록 무료 포켓볼대도 마련,이발소 분위기를 신세대 취향에 맞췄다.멋모르고 이발소에 들어갔다 도로 나온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박기창(朴基昌.19)군은“밝고 건전한 이발소인데다 값도 싸 일석이조”라며 흐뭇해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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