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가재편 파문 - 국민당, 독립주장 제1야당과 합작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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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만의 집권 국민당(國民黨)과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제1야당인 민진당(民進黨)이 정당간의 합작을 도모,대만정가에 일대 파문을 던지고 있다.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마침내 속으로 대만독립을 지지하는'암독(暗獨)'에서 제9대 총통취임 1주년(20일)에 즈음해 이젠 드러내놓고 대만독립을 표방하는'명독(明獨)'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대만언론에 대서특필되기 시작,15일 李총통 자신의'민진당과의 합작필요'발언으로 기정사실화된 정당합작설은 오는 7월로 예정된 개각에서 민진당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국민.민진 양당간의 초당파내각을 구성한다는 것이다.이처럼 대만의 현 국민당 정부가 대만독립을 당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민진당 인사들을 장.차관급의 요직에 대거 등용하는 정당합작이 실현될 경우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양안(兩岸)간 파고가 험난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 3월 대만총통선거 당시에도 李총통이 대만독립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李총통 당선에 타격을 주기 위해 세차례에 걸친 미사일훈련을 실시해 양안관계가 크게 악화되기도 했었다.

특히 李총통의 지난 1년간 행적을 볼때도 민진당과의 관계가 유달리 좋아 이같은 중국의 의심을 부추겨왔다.李총통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 총통고문단에 민진당계 인사 3명을 초치한데 이어 지난해 12월의 국가발전회의에선 민진당과 손잡고 대만성을 중국의 일개 성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소위'폐성(廢省)'정책을 결정했었다.이에 민진당은 지난 3월 李총통을 대만공화국의'국부(國父)'로 모셔야 한다고 건의하기에 이르렀다.또 오는 6월말까지 통과시킬 예정인 총통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개헌 역시 李총통과 민진당이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또다른 일각에선 李총통의 이같은 정당합작 전략이 최근 연예인 딸 납치살해사건등으로 치안부재(不在)의 혹평을 받고 있는 국내상황에서 국면전환을 꾀한 노림수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또한 지난3월 타오위안(桃園)현 현장 보궐선거에서 국민당이 민진당에 참패한데서 나타났듯 국민당이 대만에서 계속 생존해나가기 위해서는 민진당과의 제휴가 부득이한데 따른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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